정부, 재벌과 선 긋나

2008-06-08 16:25
국민 반감 우려... 정책방향 급선회?

정부가 ‘기업 프랜들리’를 내세운 경제정책이 ‘친(親)재벌’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규제 당국 수장들이 대기업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줄곧 대기업의 규제를 해제하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여기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정부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국민’이라는 말을 앞세워 대기업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백 위원장은 지난 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집단이 공기업을 인수하면 경제력 집중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며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를 할 때 이런 우려를 감안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규모 기업집단 관련 사전규제 대부분은 지나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며 "국민들 사이에 지나친 경제력 집중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컨센서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백 위원장은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 강연에서도 " 재벌들은 국민의 이 같은 기업에 대한 시각을 고려해 행동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도 금산분리를 완화를 외치면서도 재벌의 유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 놓았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5일 한국언론재단 초청 강연에서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는 산업은행의 소유 구조에 대한 질문에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또 "재벌이 산업은행을 갖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본래 3단계로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려 했지만 상황의 추이를 보고 최적의 코스를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쇠고기 문제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정부가 당분간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영원 푸르덴셜투자증권 투자전략실장은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표방하는 정부의 기업 규제완화 기조가 달라진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다만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민감한 규제완화 사안에 대해서는 속도조절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종명 기자 skc11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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