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항공 ‘맑음’, 자동차 ‘흐림’

2008-05-25 12:13
임단협 대체로 순항 전망..車업계 미지수

본격적인 임단협 시즌이 다가옴에 따라 각 기업의 노사협의 진행에 관련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고유가와 원자재 값의 상승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해당 기업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원만한 임단협 타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완성차 업계의 경우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새롭게 제시한 ‘대각선 교섭(개별사업장을 상대로 산별노조가 벌이는 교섭)’에 대해 현대차가 거부의사를 보이고 있어 향후 추이가 미지수이다.

지난해 금속노조와 완성차업체 대표들이 참여한 산별 중앙교섭이 불발에 그치자 금속노조는 올해 중앙교섭의 또 다른 형태로 금속노조가 개별 사업장을 직접 찾아 사측과 협상하는 '대각선 교섭'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쌍용차 등 3개사 측은 대각선 교섭을 거부하며 참석하지 않고 있다. 중앙교섭 요구안 중 상당수가 단일기업이 다룰 수 없는 사안이며 이중교섭의 폐해 때문이라는 게 교섭 불참 이유이다. 

하지만 GM대우는 지난 22일과 23일 대각선 교섭에 전격 참여함에 따라 이후 사태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현재 업계는 현대·기아차와 쌍용차 등이 결국 대각선 교섭할 것이지만 비정규직문제를 비롯한 금속노조의 소위 ‘중앙의제’에 대한 협의는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의 경우 29일, 기아차 28일, 쌍용차 28일 또는 29일 각각 대각선 교섭이 예정돼 있다.

한편, 완성차 업체와 노조 측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또 남아 있다.

일단 금속노조가 지속적으로 ‘대각선 교섭 직후 산별 중앙교섭 개최’를 주장하고 있으며 각 완성차업체는 개별 노조가 주장하는 임금협상안, 단체협상안을 놓고 또다시 협상에 나서야 한다.

결국, 완성차업계의 올해 임단협은 개별 사업장 노사 간의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우선 금속노조와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분규’에 도전하고 있으며, 기아차의 경우 올해 ‘실적 턴 어라운드’를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노사문제의 해법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되고 있다.
쌍용차도 경유 값 급등에 따른 판매 저조로 일부 조립라인의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인 만큼, 노사안정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한편, 조선업계의 경우 수주호황 등에 힘입어 앞으로 진행될 임단협의 큰 걸림돌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은 14년 연속, 대우조선해양은 18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15일 노사 양측이 상견례를 한데 이어 지속적인 실무접촉을 갖고 임단협안을 절충하고 있다.

올해 현대중공업 노조가 내건 임단협안의 주요 내용은 기본급 대비 7.0% 인상, 상여금 연 800% 지급(현재 700%), 60세까지 정년 2년 연장(현재 58세), 의료혜택 확대 적용 등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 노사 양측은 새로운 노사문화를 개척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지난 13년간 무분규 타결을 이룬 만큼 이번에도 서로 노력하면 얼마든지 무분규로 임단협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임단협을 맞아 상견례에 이어 양측 간 실무접촉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임단협만 놓고 봤을 때 이슈로 부각될만한 사안은 특별히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임단협과는 별도로 매각을 앞둔 노조 측의 움직임이 관건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회사 매각 추진을 발표한 이후 지난달 8일 총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이와 함께 포스코도 올해 임금협상에 있어 자유로운 입장이다. 

포스코 노사는 지난해 2007년과 2008년 기본임금을 각각 2만원, 6만원 인상키로 합의함으로써 일찌감치 올해 임금협상을 마친 상태다.

항공업계는 대체로 임금이 동결되는 분위기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지난해 말부터 유가 폭등이 지속되자 3월에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하고 단체협약에 대한 권한도 사측에 위임했다.

대한항공 노조의 이 같은 결정은 고유가로 회사 경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사측에 힘을 보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노조는 내달 중순 대의원 대회를 열고 임금 협상안을 사측에 제시할 예정이지만 최근 고유가로 경영 환경이 좋지 않아 강하게 임금 인상을 주장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나원재 기자 wjstyl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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