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의혹을 수사해 온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7일 이건희 회장을 배임과 조세포탈 등 3개 혐의로 기소하는 등 관련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기소 대상은 이건희 회장과 현명관 전 비서실장, 이학수 전략기획실장, 유석렬 삼성카드 대표,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 김홍기 전 삼성SDS 대표, 박주원 삼성SDS 미국법인장, 최광해 전략기획실 부사장, 황태선 삼성화재 대표, 김승언 삼성화재 전무 등 10명이다.

경영권 승계의혹과 관련 이 회장과 전략기획실 핵심 임원들인 이학수ㆍ김인주ㆍ최광해씨에 대해서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저가에 발행한 뒤 이재용 전무에게 넘어가도록 해 에버랜드측에 최소한 969억원의 손해를 안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가 적용됐다.

이들 4명은 비자금과 관련해 자금 은닉 및 양도세 포탈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도 받고 있다. 이들은 삼성생명 2조3000억원을 포함해 4조5000억원의 자금을 은닉하고 1199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계열사 주식을 매매해 남긴 차익 5643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1128억원을 포탈했다고 특검팀은 밝혔다.

이 회장에게는 주식소유변동 상황을 증권감독 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도 추가됐다.

유석렬ㆍ김홍기ㆍ박주원씨에게는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 황태선씨에게는 특가법상 횡령 혐의, 김승언씨에게는 특검법 위반(증거인멸) 혐의가 각각 적용됐다.

특검팀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 지배권을 이재용 전무에게 넘긴 '에버랜드 사건'에서 이 회장이 비서실의 보고를 받고 승인했으며 그룹 비서실 재무팀의 주도로 불법적인 전환사채 발행 및 제3자 배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비자금 의혹에 대해 삼성생명 지분 16%와 전략기획실이 삼성 임원들의 이름으로 관리하는 자금 대부분이 이 회장의 자금이라고 밝혔다. 전체 규모는 삼성생명 2조3000억원을 포함해 4조5000억원 규모라는 게 특검팀의 설명이다.

비자금이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등 삼성가(家)의 해외 고가 미술품 구매에 사용됐다는 의혹은 홍 관장이 사들인 미술품의 구입 자금은 회사에서 빼돌려진 돈이 아니라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돼 사실과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삼성전자에서 임원들 성과급 명의로 130억원의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단서를 포착하고 수사를 벌였으나 해당 임원들의 동의 하에 전략기획실에서 관리해 준 돈이며 성과급 명목과 다르게 사용된 사실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관계 및 법조계를 대상으로 한 불법로비 의혹의 경우 김용철 변호사의 진술을 토대로 로비 대상자 등을 내사했지만 신빙성이 없거나 혐의점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로 내사종결 처분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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