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하반기부터 푼다

2008-03-31 17:39

이대통령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우리 경제의 해묵은 현안인 금융과 산업 자본의 분리, 이른바 '금산분리'에 대한 규제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완화된다.

산업자본이 출자한 사모펀드(PEF)나 연기금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릴 뿐 아니라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직접 소유할 수 있는 한도가 현행 4%에서 10%로 늘어난다.

렌터카업체나 정비업체를 자회사로 거느리며 자동차보험과 관련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보험지주회사의 설립도 가능해진다.

금융위원회는 31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의 신성장 동력 산업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보고했다.

보고에 따르면 산업자본의 은행 인수를 막는 현행 금산분리 제도가 3단계에 걸쳐 완화되며 우선 1단계로 PEF와 연기금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게 된다.

현재 PEF는 산업자본이 유한책임사원(LP)으로서 출자 비율이 10% 이하여야 금융자본으로 인정되는데 이를 15% 또는 20% 이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에 들어갔다.

PEF에 대한 산업자본의 출자 비율이 10%를 넘어도 금융자본으로 간주돼 은행법상 4%로 제한된 은행 지분(의결권 기준)의 소유 한도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다만 기업이 PEF를 통해 은행을 인수할 수 있게 되지만 PEF의 의사 결정권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재무적 투자자인 LP이기 때문에 은행 경영권 행사에는 제약이 있다.

국민연금과 같은 연기금도 산업자본이란 시각도 있지만 금융자본으로 인정하고 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한다.

2단계로는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를 10% 정도로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소유 규제를 없애면서 대주주 자격 심사와 사후 감독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해외 사례를 인용해 은행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지분이 10%를 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밝히고 6월 말까지 관련법 개정 절차를 밟아 연내 시행할 계획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위는 보험이나 증권지주회사가 자회사나 손자회사로 비금융회사를 둘 수 있도록 가을 정기국회에서 관련법 개정도 추진한다.

다만 비금융 자회사와 금융 자회사 간의 순환출자나 상호출자에 따른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비은행지주회사는 이 같은 출자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중요한 내부거래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의 감시와 통제를 받는다.

4월 말까지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아 연내에 국내외 금융회사의 본거지가 되는 금융중심지를 지정한다.

금융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참여하는 협의체가 9월 말까지 구성되고 양질의 민간 교육과정에 대해서는 정부인증제도를 도입한다.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고시와 지도공문, 구두지시 등 이른바 '그림자 규제'는 법규화하거나 폐지한다.

이같은 규제를 적발하기 위한 '민간인 옴부즈맨제도'도 도입한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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