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과 보험사의 부적절한 동거
보험사기 사건의 당사자인 보험사 직원들이 금융감독원에 상주하면서 보험사기 조사 업무에 관여하고 있어 보험가입자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보험사기 사건에 연루된 보험가입자들은 보험금 지급 문제를 두고 보험사와 다툼을 벌이는 와중에 금감원에서조차 보험사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6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금감원에서 보험사기 조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보험조사실에 파견 나와 있는 보험사 직원은 24명에 이른다. 지난해초 13명에 불과했던 보험사 파견 직원이 일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들은 보험가입자들의 보험금 지급 요구가 정당한지 판단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금감원은 특정 보험사가 관련된 사건의 경우 그 회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 예컨데 삼성생명이 연루된 보험사기 사건에 대해 삼성생명 직원이 조사에 공동 참여하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험사기 사건에 대한 조사방식이 공정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보험조사실 관계자는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보험가입자에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감원 직원이 최대한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험조사실 내 보험사 직원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지난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험사기 사건에 대한 특별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후 조사인력 확충 차원에서 보험사 직원 수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내에서 보험사 직원들이 활개치는 곳은 보험조사실만이 아니다.
보험 관련 민원을 접수하는 민원실 창구에도 보험사 직원들이 금감원 직원을 대신해 보험가입자들을 상대하고 있다.
금감원 민원실에서 대면 및 전화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총 12명으로 이 가운데 8명이 보험사에서 파견 나온 직원이다.
이들은 보험사에 불리한 민원이 접수될 경우 상담을 받지 않거나 해당 보험사에 연락해 대응토록 하는 등 보험가입자들이 정당한 민원 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금감원 민원상담팀 관계자는 "민원 창구에서 보험사 직원을 내보내고 금감원 직원으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아직 전면적인 교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금감원이 일방적으로 보험사를 편들고 비판하고 있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보험사기 조사업무와 민원 처리업무를 보험사 직원에게 맡기게 되면 편파적인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보험소비자협회 관계자는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상대가 금감원 직원인지 보험사 직원인지 신분도 모르고 처분을 기다리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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