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뼈에 이로운 물’ 골리수(骨利水)!?

2008-07-17 21:20

   
 
 
사람에게 힘을 솟게 하거나 뼈에 이로운 수액을 뿜는 ‘고로쇠’ 나무는 승려 도선의 이야기에서 ‘뼈에 이로운 물’을 뜻하는 ‘골리수’(骨利水)란 이름이 생겼고, 지금은 그 말이 변해서 ‘고로쇠’나무로 불리고 있다.

실제 고로쇠나무의 수액에는 각종 미네랄과 마그네슘, 칼슘,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소화와 관절계통 질환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대 미네랄로 불리는 칼슘(Ca)과 칼륨(K), 마그네슘(Mg), 나트륨(Na)이 수액 가운데 무기성분의 94%를 차지한다.

또 설탕과 유사한 자당성분이 1L에 16.4g 가량 포함돼 꿀물처럼 달지는 않지만 ‘살짝’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로쇠나무의 수액은 숙취해소와 스포츠 이온음료를 대체하는 생체수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지리산이나 백운산 등지의 남쪽지방에 많은 고로쇠나무는 절기상 우수(2월 19일)에서 곡우(4월 20일) 때까지 수액을 채취한다. 가장 많은 수액이 나오는 시기는 경칩(3월 5일) 무렵이며 한 그루에서 수액이 나오는 날은 실제 5~6일 정도에 불과하다

고로쇠나무는 잎이 5~7장으로 갈라지는 단풍나무와 비슷하지만 깊게 갈라지지 않아 마치 오리발을 연상케 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선 고로쇠나무를 단풍나무과 가운데 ‘개구리 손’이란 뜻의 ‘가에데’로 분류하고 있다.

고로쇠나무는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몸은 골병이 날 정도다. 2001년 한해 동안 상품화된 고로쇠나무 수액은 무려 2199톤에 이른다. 한 나무에서 고작 7L 정도의 수액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로 무수히 많은 고로쇠나무가 수난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거위가 황금을 낳는다고 배를 갈라 황금을 얻지 못한 이솝우화처럼 더 많은 수액을 채취해 돈을 벌려는 인간들이 결국 메마른 숲을 보게 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고로쇠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 주민들이 나무의 자생력을 해치지 않고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지혜를 깨달았으면 한다.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