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투자자보호.업계자율 두고 '오락가락'

동양종금증권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재무제표 세항을 공개하지 않는 회사라는 오명을 벗고 오는 8월부터 구체적인 살림살이를 밝히기로 했다.

재무제표에서 고객에게 준 이자규모를 숨기는 방법으로 다른 회사보다 최대 두 배 가까이 폭리를 챙겼다는 지적 때문이다(4일자 1.3면 참고).

4일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재무제표에 예탁금수익과 이자를 생략해 결과적으로 다른 회사보다 이자를 적게 준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맞다"며 "하지만 회사가 정한 이자율이나 재무제표 양식이 증권업 관련규정에 어긋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007 회계연도(3월결산법인)가 남은 상황에서 재무제표 양식을 바꾸면 과거 회계연도와 일관성이 깨진다"며 "올 회계연도 1분기(4~6월) 자료를 공시하는 8월부터 다른 증권사처럼 세항을 재무제표에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8월부터 재무제표 세항을 공개한다 해도 지난 회계연도 자료를 뺀다면 살림살이를 제대로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무제표 세항에 대한 수치를 회사가 당연히 가지고 있을 텐데 공시를 미룰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오는 5월 공시부터라도 과거 생략했던 자료를 포함해 공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지난해 3월 회계처리 불철저를 비롯 고객예탁금 횡령, 역외펀드 사후관리 소홀, 부적격기업어음 중개 등으로 무더기 기관경고를 받은 바 있다.

법원에 동양종금증권이 피소된 건수도 지난 2월 14일 현재 모두 15건에 달하며 소송가액은 448억원이 넘는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가 경영상태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기업현황을 자세히 공시해야 하지만 회사가 증권업회계기준을 어기지 않았다면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이중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재무재표 세항을 공개하지 않은 부분은 실태를 파악하겠다"면서도 "증권업회계기준을 지켰다면 문제삼을 게 없다"고 답했다.

당국의 소극적인 태도와 동양종금증권의 불완전한 재무제표 공개 결정에 대해 투자자는 여전히 불만이다.

조준영 기자 jjy@ajnews.co.kr
<ⓒ'아주뉴스'(www.ajnews.co.kr) 무단 전재 및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