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손보사, 온라인 타고 '영토확장'

2008-02-28 10:09
교보AXA, 다음다이렉트 온라인 평정, 장기보험 시장도 노려

외국계 손해보험사들이 온라인 판매를 통해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리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탄탄한 자본력을 보유한 외국계 손보사들이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한 만큼 국내 손보사와 외국계 손보사 간의 한 판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약진하는 외국계 손보사

손해보험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온라인 자동차보험사들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18.1%로 이달 중으로 20%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2001년 점유율이 0.7%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외국계 손보사들이다.

프랑스 AXA그룹이 지난해 5월 인수한 교보AXA자동차보험은 지난달 점유율 27.4%를 기록하며 1위를 기록했다. 원수보험료(보험가입자가 납입한 보험료 총액)만 468억7천300만원을 거둬들였다. 교보AXA자동차보험은 지난 2001년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13.7%의 점유율로 3위를 기록한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도 외국계 손보사에 넘어갔다.

독일 뮌헨리그룹 산하의 에르고(ERGO)는 지난해 12월 다음다이렉트의 지분 65%를 인수하고 사실상 경영권을 가져갔다.

다음다이렉트는 회사명을 '다음에르고자동차보험'으로 변경하고 점유율 2위 자리를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다음다이렉트는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이 형성된 후 부동의 2위를 지켜오다가 지난해 8월 현대하이카다이렉트에 밀리면서 3위로 떨어졌다.

◆ 온라인 판매 왜?

외국계 손보사들이 국내 진출 전략으로 온라인 판매를 선택한 것은 별도의 보험설계사 조직을 갖추지 않아도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그동안 외국계 손보사들은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판매 노하우와 막강한 자본력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보험설계사의 방문 판매에 대한 의존 비중이 높은 국내 보험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교보AXA자동차보험 관계자는 "보험설계사 조직에 의존하지 않고 보험을 팔 수 있는 것이 온라인 자동차보험의 장점"이라며 "최근 국내 조직이 빈약한 외국계 손보사들이 온라인 보험시장으로 몰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잘 갖춰진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사용률도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 중 하나이다.

실제로 다음다이렉트를 인수하기 전 실사를 벌였던 에르고 측은 온라인 보험 판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국내 상황에 놀라움을 표시한 바 있다.

온라인 판매를 통해 국내 진출에 성공한 외국계 손보사들은 장기보험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판매 만으로는 흑자 규모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교보AXA자동차보험은 지난달 온라인 보험사 최초로 장기보험 상품인 건강보험 2종을 출시했다.

다음다이렉트도 인수 절차와 회사명 변경 작업이 완료되는 데로 상해보험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보험 시장에서 전열을 가다듬은 외국계 손보사들이 장기보험 시장으로 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최근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잠잠했던 국내 손해보험시장에 지각변동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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