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가 폭등에 인플레 우려 증폭

2008-02-20 18:11
유가 100달러 돌파 등 '경제 빨간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 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급등세에 있는 철광석과 구리 등 주요 산업재 및 곡물 가격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미 지난달 수입물가는 9년여 만에 최고수준으로 뛰어올랐다. 한국은행은 지난 19일 1월 중 수입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1.2%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48.7% 급등한 것이 수입물가를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12월 3.5%에서 지난달 3.9%로 높아지는 등 한은의 물가관리 범위(2.5~3.5%)를 벗어난 상태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전일보다 4.51달러(4.72%) 급등한 배럴당 100.01달러로 마감했다. 종가가 100달러를 넘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휘발유와 난방유의 고공행진도 이어졌다. 3월 인도분 휘발유와 난방유도 각각 장중 사상 최고가인 갤런당 2.617달러, 2.766달러로 치솟았다.

한국석유공사는 20일 국제 유가 급등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나이지리아 등 지정학적 불안요인, 텍사스 정유시설 화재에 따른 생산중단, 달러화 약세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BOT)에서 거래되고 있는 곡물 가격도 오름세에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거래된 대두(콩) 및 밀, 옥수수 가격은 각각 95.8%, 79.9%, 25%씩 올랐다.

최근 국제 곡물 가격이 폭등한 것은 식료품 가격이 급등한 중국이 수입을 크게 늘린 데다 달러화 약세로 대규모의 자금이 상품시장으로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체연료 수요도 곡물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유가 급등이 곡물 가격 인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선물투자정보업체 A/C 트레이딩의 짐 게를라흐 대표는 "대체연료 수요가 많은 옥수수와 대두 가격은 유가 상승세를 따라갈 것"이라며 "가격이 얼마까지 오를 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오는 4월부터 65% 인상되는 철광석 수입 가격은 철강재를 많이 사용하는 자동차, 조선, 건설업종에 원가부담을 더해 줄 것으로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더 큰 우려는 국제 곡물 가격의 급등세로 쏟아진다. 곡물 가격 인상은 식료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제분업계의 밀가루 가격 인상으로 식품 가격 인상이 본격화됐다"며 업체마다 라면, 국수류는 10%대, 제과는 20% 이상의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농심이 20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 제품 가격을 100원씩 올리기로 결정하자 대형마트에서는 라면 사재기가 재연되는 등 곡물 가격 상승이 본격적으로 소비시장에 전이되고 있는 모습이다.

송재혁 SK증권 연구원은 "원자재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요인인 동시에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라며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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