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만이 살길...식품업계, 간판 바꾸고 판로 늘리기 안간힘

2025-03-16 13:56
오뚜기, 5년 내 해외 매출 3배 이상↑
hy, 판로 확대로 해외 매출 500억 목표
뚜레쥬르 "2030년 미국 100호점 달성"

서울 한 대형마트의 간편식 매대에 오뚜기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식품업계가 영문명·BI(브랜드 정체성) 교체를 통해 새 옷을 입고 해외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내수 비중이 높은 업체들도 글로벌 경영에 비중을 두며 수출 기업으로 변모하는 추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그간 내수 시장에 주력해온 오뚜기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을 1조1000억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최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오뚜기 해외 매출액은 3325억원. 즉 해외 매출을 5년 내 3배 이상 키우겠다는 뜻이다.

오뚜기 해외 매출 비중은 약 10% 수준으로 삼양식품(77%)·농심(37%)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다. 그렇다 보니 올해는 글로벌 매출 증대를 주요 과제로 삼고 해외법인이 있는 미국·베트남·중국·뉴질랜드를 중심으로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오뚜기는 해외 진출 확장을 위한 밑그림도 끝마친 상태다. 오뚜기는 기존 영문명 OTTOGI를 OTOKI로 바꾼다. 해외 소비자가 오뚜기를 더 쉽게 발음할 수 있도록 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오뚜기는 이달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영문 상호 변경 안건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또 오뚜기는 지난 1월 미국 최대 식품 박람회 '2025 윈터 팬시 푸드쇼'에서 진라면 영문 표기 'Jin'을 패키지에 적용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hy, '헬리코박터프로젝트 윌' [사진=hy]

hy도 내수 중심에서 벗어나 수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hy는 자사 대표 제품인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을 앞세워 해외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hy는 지난달 북미 최대 한인 마트인 H마트에 윌을 입점해 미국에 진출했다. 미국 발효유 시장은 한국 대비 8배 큰 17조원 규모다. 같은 달 대만 온라인 몰에도 윌을 판매하면서 동남아 시장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오프라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hy는 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각 지역 패밀리마트 2200개점과 세븐일레븐 600개점에 윌 2종을 입점했다. 판매 지역이 확대되면 윌 취급 매장 수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hy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30억원으로 전체의 1%에도 못미친다. 하지만 올해는 해외 판로 확대로 500억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도 지난해 12월 8년 만에 BI를 교체했다. 신규 BI는 뚜레쥬르(TOUS les JOURS) 브랜드명을 줄인 'TLJ'로 정했다. 뚜레쥬르의 2030년 목표는 미국 1000호점 달성. 하지만 현지 소비자가 '뚜레쥬르' 발음을 어려워할 수 있어 브랜드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BI를 변경한 것이다.

주요 식품 업체가 간판을 교체하면서까지 해외 진출에 공 들이는 이유는 내수 시장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구 감소·내수 시장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 속에 최근 해외에서 K-푸드 열풍이 이어지고 있어 현재를 해외 진출 적기라고 판단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