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참사] 랜딩기어? 엔진 작동불능? 풀리지 않는 사고 원인... 국토부 "美항공당국과 합동조사"

2024-12-30 16:15

30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활주로 인근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원인을 두고 현 단계에서는 원인을 특정하기엔 이르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사고 원인과 피해 규모, 공항 관리 등에 대한 여러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블랙박스의 분석작업에 돌입했으며,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와 기체 제작사인 보잉사와 함께 합동조사를 하기로 했다. 또 기체 결함 등의 문제를 살펴보기 위해 사고 기종인 '보잉 737-800'(B737-800)에 대해 전수 특별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30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조류 충돌에 따른 엔진 이상으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 이번 사고의 유력한 원인으로 거론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사고 관련 브리핑에서 "8시 59분께 조종사가 조류 충돌을 언급하면서 메이데이(긴급조난신호)를 외쳤고, 관제탑에 복행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사고기가 복행해 동체착륙을 진행한 1차 원인이 조류 충돌 때문이라는 정황을 언급한 것이다. 

통상 1개의 엔진에 손상이 발생해도 나머지 엔진으로 비행이 가능한 것을 감안하면 사고 당시 양쪽 엔진에 심각한 손상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항공기에 탑재되는 엔진 2개가 모두 이상이 있을 때 APU(보조동력장치)가 작동되기 전까지 항공기 내 전자기기가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유압펌프와 전기계통으로 작동하는 랜딩기어가 자동으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랜딩기어는 줄을 당겨 수동으로 내릴 수 있는데 이에 걸리는 시간은 20~30초 정도로 알려져 있다. 조종사의 메이데이 이후 동체착륙까지 3~4분이 걸리긴 했지만 수동 조작을 감행하지 못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인지 여부는 긴밀한 조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일각에서는 기체 결함이나 정비 불량 등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조류 충돌이라고 해도 다른 엔진과 여러 단계의 제동장치가 한꺼번에 작동하지 않은 점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사고기종인 B737-800)에 대해 전수 특별점검과 사고기를 운용한 제주항공에 대해 강도 높은 안전 점검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B737-800 기종이 국내에서 101대가 운영되고 있는데 먼저 특별점검을 실시해 가동률을 비롯한 여러 규정이 잘 준수되고 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체착륙을 한 여객기가 활주로 끝 방위각(로컬라이저) 시설이 설치된 콘트리트 둔덕에 충돌, 연료 누수 등에 따른 폭발과 화재로 사고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동체착륙을 하기 전에는 마찰로 일어날 수 있는 화염을 냉각할 수 있는 비누거품 물질을 뿌리는 준비작업을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급박한 상황 때문인지 이런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CNN이나 영국 스카이뉴스 등 주요 외신들도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무안공항의 활주로 끝에 위치한 단단한 구조물이 인명 피해를 키운 결정적 원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주 실장은 "방위각 시설은 임의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설치 규정이 있고, 이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재질이나 소재에 제한이 있는지, 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면밀히 파악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종실 음성 기록이나 비행 기록이 담긴 블랙박스를 통한 사고 원인이 드러나기 전까지 섣부른 사고 원인 추정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토부는 사고 원인 조사를 위해 관제교신자료 수집 및 관제사 면담을 진행했으며, 사고기에서 수거한 비행자료기록장치(FDR)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 2종을 이날 김포공항 시험분석센터로 보내 분석 가능 여부를 확인 중이다. 미국 NTSB와 보잉사는 이번 참사에 대한 조사를 돕기 위해 전문가를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