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뚝 떨어지는 韓후판 수요...협상력 잃은 철강, 주도권 갖는 조선

2024-12-30 18:00
국내 후판 생산량ㆍ내수 판매량 모두 급감
철강사 불황에 하반기 후판값 협상 난항
"하반기 후판가 내년 초에나 결정날 듯"

후판. [사진=연합뉴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올해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후판 생산량 감소까지 지속돼 철강업계 협상력이 격하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중국산 저가 후판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내 후판 생산량까지 떨어질 경우 조선사에 값싼 중국 철강재 수요를 늘리는 빌미를 제공하며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단 지적이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후판 제소 3사의 11월 후판 생산량이 전년 동월 대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판 제조 3사의 11월 후판 생산량은 71만3000톤으로 전년 동월(77만7000톤) 대비 8.2% 줄었다.

조선업 호황 속에서도 내수 판매량이 급감했다. 11월 국산 후판 내수 판매는 47만8000톤으로 전년 동월(53만5000톤) 대비 10.7% 줄었다. 통상 조선업 수주 호황으로 후판 수요가 늘어나야 맞지만, 중국산 후판 수입이 대폭 늘어나며 후판 내수 판매에서도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실제 중국산 후판 수입 비중은 매년 증가세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은 지난해 112만톤으로 전년보다 73% 증가했고, 올 상반기 누적 수입량은 68만8000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했다.

철강업계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산 후판 공세에 맞서 가격을 인하하거나 기존대로 생산량을 유지하자니 고정비 부담이 커져 경영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후판 가격 협상 주도권의 무게추가 조선사로 기울어졌단 평가가 나온다. 국내 후판 대비 10~20만원 가량 저렴한 중국산 후판 수입 증가는 결국 철강사들에 가격 하락 압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지난 9월부터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양측 업계는 1년에 두 번 후판 가격을 협상한다. 철강업계는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에서 후판가격을 인하에 합의한 만큼 이번에는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상반기 후판 협상으로 후판은 톤당 90만원대 후반에서 90만원대 초중반대로 낮아졌다.

조선업계는 후판이 선박 원가의 약 20%를 차지해 쉽게 가격 동결 및 인하를 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상생 차원에서 후판 가격을 인상할 경우 국내 조선업계의 선박 가격 경쟁력이 하락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이 결국 해를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양측이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후판 가격에 있어 한 치도 양보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후판 반덤핑 제소, 고환율 등을 이유로 연초에도 쉽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중국발 저가 후판으로 인한 피해를 지적하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반덤핑(AD) 제소를 제기했다. 이에 무역위는 지난 10월 예비조사에 본격 착수해, 내년 2월 관세 부과 여부를 확정지을 계획을 밝혔다. 다만 예비 조사 기간이 기존 3개월에서 2개월 더 늘어나 관세 부과 결정이 예상보다 더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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