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IPO시장…내년에도 '옥석가리기' 이어진다

2024-12-30 06:00
줄줄이 수요예측 고배
4분기 공모가 대비 시초가 등락률, 공모가 30개 중 10개가 마이너스

4분기 상장일 등락률 상하위 5개 공모주

활황으로 시작했던 IPO시장이 냉랭하게 얼어붙은 채 한 해를 마무리했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과 트럼프 정책 리스크, 기습 계엄 사태 등 대내외적 변수로 '옥석 가리기'가 더 중요해졌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4분기 공모주(스팩, 리츠 제외 30개 종목)의 상장 당일 평균 등락률은 5.32%로 나타났다. 1~3분기 상장일 평균 등락률이 각각 119.93%, 64.83%, 24.71%인 것과 첨예한 온도 차다.

공모가 대비 시초가 등락률은 4분기 공모주 30개 중 10개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공모주는 통상 장 초반 높은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공모주 투자자들은 공모가에 매수하고 시초가에 매도하는 경우가 많다. 시초가 등락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공모가의 수익성이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4분기 들어 공모주를 외면한 것은 일반 투자자뿐만이 아니었다. 새내기 기업들은 기관수요예측에서도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올해 공모가 희망범위에 미달한 기업 8개가 모두 4분기인 10~12월 사이에 나왔다. 

갑작스럽게 IPO시장의 투자 열기가 식으면서 상장을 철회한 기업도 속출했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2022년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상장을 시도했으나 수요예측을 진행한 후 10월 18일 상장을 철회했다. 케이뱅크가 제시한 공모가 희망범위 상단 기준 5조원의 몸값(시가총액)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뒤이어 의료기기 기업 동방메디컬, 축산물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글로벌, 이차전지 드라이룸 업체 씨케이솔루션, 바이오 기업 오름테라퓨틱이 11월 7일, 11일, 12일, 29일에 각각 상장을 철회했다. 12월 들어서는 반도체 장비기업 아이에스티이가 9일 상장을 철회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원하는 공모가를 책정하지 못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공모가 시장 과열로 무조건 희망범위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는 기관투자자가 늘어나면서 기업의 적정 가격을 찾는 수요예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내 증시 부진이 이어지면서 공모주 시장의 변동성도 더욱 커졌다는 설명이다. 

공모주 고평가 논란은 잦아들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국내 주식 시장 전반의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는 어렵다"며 "기업들이 상장을 위해 희망 공모가를 낮추는 경우가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공모주에 대한 투자 매력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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