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세계 '슈퍼 선거의 해' 대미를 장식한 한국 계엄령 사태
2024-12-27 06:00
세계 ‘슈퍼 선거의 해’로 관심을 모았던 2024년도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올해는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각종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지구촌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약 40억명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1월 ‘친미반중’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으로 시작된 주요국 선거는 11월 ‘빅 이벤트’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렇게 슈퍼 선거의 해가 마무리되는가 싶던 12월 초 한국에서 청천벽력 같은 비상계엄 사태가 터졌고, 전 세계 외신들이 연일 한국의 비상계엄 및 탄핵 표결을 집중 보도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민주주의 모델로 평가받는 한국에서 야당이 자신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것은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물론 비상계엄 선포 후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국회와 시민이 발 빠른 대응에 나서 계엄을 해제했고, 나아가 대통령의 탄핵안 통과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민주주의의 힘과 회복력을 보여줬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의 약점을 드러낸 것은 분명하다. 근래 들어 한국 민주주의의 위험을 지적하는 경고는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올해 초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윤석열 정부 들어 언론과 야당에 대한 압박이 높아진 것을 지적하며 한국을 민주화에서 독재화로의 전환이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로 꼽았고, 2022년 말 미국 싱크탱크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국가 중 정치 양극화 지수 1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일단 계엄령의 급한 불은 껐지만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양극화된 정치 지형은 여전하고, 여당은 국민들의 '계엄 트라우마'보다 자신들의 '탄핵 트라우마'를 우선시하며 계엄령으로 촉발된 일련의 사건들을 해결하는 데 소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필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시민들의 참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계엄 및 탄핵 사태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드러낸 동시에 시민들의 힘을 증명하기도 했다. 연말 계엄령으로 세계 슈퍼 선거의 해에 민주주의 경종을 울린 한국이 새해에는 한층 높아진 시민들의 참여 의식 속에 세계 민주주의에 희망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