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별동대 이끌 구삼회·방정환도 '무당'이 찍었나

2024-12-24 15:42
현역 시절 계룡산에 치성, 부하 진급도 '관상' 따져
"계엄 하려면 꼭 12월3일에"...한자 풀면 '王王王'
"주술 맹신 노상원, 뱀닭에 '살' 맞았다"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의 ‘보살’로 지목된 노상원(62·육사 41기·예비역 육군 소장) 전 국군 정보사령관이 정보사 내 수사2단 단장·부단장 임명을 ‘무당’과 상의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24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노 전 정보사령관은 2022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2년간 전북 군산에서 점집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 무속인 A씨를 20여 차례가 넘게 찾아갔다.
 
보도에서 군산시 개정면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A씨는 “노 전 정보사령관이 2022년 2월부터 올해 초까지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방문해 군인들의 사주를 물어봤다”고 밝혔다.
 
‘수사2단’은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내 편재에도 없는 조직이다. 노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임의로 획책한 사조직이자 별동대다. 수사2단은 총 60명 규모로 설계됐다. 그는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준장)과 방정환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준장)을 단장과 부단장으로 앉혔다. 

12·3 비상계엄을 기획·설계하며 길일(吉日)을 점치던 노 전 정보사령관이 셀 수 없을 만큼 자주 군산 무당을 찾아 군인들의 사주를 물어본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계룡산에 치성 들이고 부하 진급도 ‘관상’ 따져
 
구삼회 수사2단 단장과 방정환 부단장 임명을 군산 무당과 상의한 심증은 그의 과거 사례에서도 찾을 수 있다. 노 전 정보사령관이 부하들의 진급 여부를 관상을 참고해 결정했기 때문이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정보사령관이) 영관급 시절에도 휴가를 내서 계룡산에 가서 무당을 만나 기도를 드렸다”며 “정보사령관 시절에는 부하 직원들 승진시킬 때 관상을 보고 승진여부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관상’ 타령을 했다. 경찰 수사관들에게 ‘관상이 좋다’, ‘당신 이름이 뭐냐’고 물으며 이들의 관상·사주를 파악하려했다는 것이다.
 
"계엄 하려면 꼭 12월3일에"...한자 풀면 ‘王王王’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경선 TV토론에서 왼손 손바닥에 ‘왕’자를 그리고 나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노 전 정보사령관이 ‘무당’을 수십 차례 만나며 12·3 비상계엄을 이끌 별동대를 획책했다는 사실에, 그간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한 황당무계한 의견도 음모론으로만 치부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노 전 정보사령관이 “계엄을 하려면 꼭 이날이어야 한다”고 12월 3일이라는 날짜를 콕 집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조언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12월 3일 밤 10시 30분’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속적 관점에서, 비상계엄 날짜와 시간을 아라비아 숫자를 한자로 적은 뒤 합해 보면 ‘12(十二)월(王), 3(三)일10시(十)시(王), 30(三十)분(王)’은 왕(王)이 세 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경선 TV토론에 왼손 손바닥에 ‘王’을 적고 나와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역술인이나 무당이 부적을 써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석열 측은 ‘주민 분이 토론 잘 하라며 격려차 적어준 것으로 지우려 했지만 지워지지 않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주술 맹신 노상원, 뱀닭에 ‘살’ 맞았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 안산시 상록구의 신당(神堂). 현관문에 붉은색 ‘만(卍)’자가 붙어 있다. 집 앞 탁자에는 북어가 잔뜩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상원 씨도 사주를 아주 잘 보는데 내가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라 자주 찾아왔다.”
 
점집을 운영하며 김건희 여사 역술인 노릇을 한 노 전 정보사령관이 수십 차례 찾은 본인을 찾아온 이유에 대해 군산 무당은 이렇게 답했다. 학문(명리학) 보다 신(주술)을 더 믿었다는 얘기다.
 
노 전 정보사령관은 7사단에서 대대장과 연대장을 거친 뒤, 육군참모총장 수석전속부관, 대통령경호실 군사관리관, 777사령관, 정보사령관 등 핵심 보직을 거쳤다. 하지만 2018년 육군 정보학교장을 마지막으로 불명예 전역했다. 그해 국군의날에 여군 교육생을 강제추행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아 군복을 벗었다. 이듬해 노 전 정보사령관은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 국회의원은 “(노 전 정보사령관이) 지리산에서 2년 동안 거주하며 뱀닭(죽은 뱀에서 나온 구더기를 먹인 닭)을 팔았다”며 불명예 전역을 한 뒤 연금 등이 끊겨 생계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뱀닭 백숙은 150~200만원 정도로 비싸다. 한의학에서 뱀닭은 폐암 효능, 몸이 차가운 사람들이 체온 올리는데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무속인은 “(노 전 사령관이) 뱀닭을 키워 스스로 본인 신세를 망쳤다”며 “뱀닭을 키우는 것은 무속적 관점에서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해가 간다”고 말했다. 무속인 말대로라면, 김건희 여사의 보살로 전국 곳곳의 무당과 계엄을 획책했던 노 전 정보사령관이 정작 자신의 앞날은 몰랐던 셈이다.
 
이날,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노 전 정보사령관을 내란실행,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