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줄 서는 빅테크 수장들…마러라고 저택 '문전성시'

2024-12-15 15:08
메타·구글·애플·아마존 CEO들, 트럼프와 관계 개선 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택이 대형 정보기술기업(빅테크) 수장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와 순다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에 이어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까지 트럼프와 면담에 나섰다. 트럼프와 보수 세력들에 대해 거리를 두며 거부감을 보여왔던 미국의 빅테크들이 속속 트럼프 집권 2기를 앞두고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쿡이 이날 트럼프의 플로리다 마러라고 자택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와 쿡은 저녁을 함께하며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쿡이 올해 대선 이후 트럼프를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NYT는 짚었다. 이번 면담에서는 유럽연합(EU)이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애플에 부과한 과징금 문제와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 인상 방침 등과 관련된 얘기가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쿡은 대선 전에도 트럼프에게 EU의 과징금 부과 방침을 알리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트럼프는 “유럽이 미국 기업을 착취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구글을 이끄는 피차이도 트럼프를 찾아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파차이가 이번 주 초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만났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가 제기한 소송으로 ‘검색왕국’ 해체 위기에 놓인 구글이 트럼프의 취임에 앞서 국면 전환을 모색하기 위한 행보로 관측된다. 트럼프는 구글과 악연이 깊지만 독점 해소를 명분으로 기업을 해체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트럼프는 알파벳의 검색 엔진인 구글 사용을 중단할 것을 지지자들에게 촉구했다고 지난 8월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다만 트럼프는 10월 시카고에서 연 행사에서 구글 해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나는 구글의 팬은 아니다. 그들은 나를 나쁘게 대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회사를 망칠 작정이냐. 회사를 망치지 않고도 (기업을) 공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답변했다.
 
앞서 저커버그는 지난달 26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와 만찬을 함께했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저커버그가 비영리 단체에 거액을 기부한 것을 두고 자신의 패배를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2021년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가 벌어지자 트럼프의 페이스북 사용을 중지시킨 바 있다. 이처럼 저커버그는 수년간 트럼프와 껄끄러운 관계였지만, 이날 만찬을 통해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메타는 트럼프의 취임준비펀드에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베이조스도 트럼프와 우호적인 관계 구축에 나선 상황이다. 미 정치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12일 뉴욕증권거래소 타종 행사에서 “베이조스가 다음 주에 찾아온다”며 두 사람의 마러라고 회동을 시사했다. 베이조스는 4일 “(트럼프가) 규제를 줄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는 듯 보인다”며 “그를 도울 수 있다면 돕겠다”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베이조스는 과거 자신이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의 비판적 보도 등으로 트럼프와 관계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앞두고 베이조스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사설을 차단하는 등 자신의 몸을 낮추고 트럼프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지난 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특히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최첨단 인공지능(AI) 개발을 지원할 인프라를 주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트럼프 정부와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트먼도 트럼프의 취임식에 1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