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에 고환율 '직격탄'… 정유업계 "한숨만 나온다"

2024-12-14 06:00
"정국 불안 장기화될 경우 제품 판매량 감소까지 우려"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언과 환율 급등이 맞물리며 국내 정유업계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3분기 정제마진 약세로 수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정유사들은 4분기 반등 조짐을 보였으나, 고환율로 인해 이익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일 윤 대통령 탄핵 투표 부결 전후로 1420~1430원대에서 등락하다가 9일에는 1438원까지 치솟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환율 상승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환율 급등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정유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국내 정유사들은 연간 10억 배럴 이상의 원유를 달러로 구매해 정제 과정을 거쳐 제품을 판매한다. 환율 상승은 수입 원가를 급증시키고, 환차손을 발생시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3분기 국내 주요 정유사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 석유 수요 감소의 여파로 정제마진 약세를 겪으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4233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으며, 에쓰오일은 4149억원,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는 각각 3529억원과 2681억원의 손실을 냈다.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인 5달러를 밑도는 상황이 지속됐다. 올해 1분기 평균 7.3달러였던 정제마진은 2분기에 3.5달러, 3분기 3.6달러로 하락했다. 10월에도 3.8달러에 머물렀으나, 11월 들어 6달러 수준으로 회복되며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환율 급등과 국제 유가 하락은 정유업계의 회복 전망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현재 국제 유가는 3분기 평균 79.41달러에서 약 70달러로 하락해 원유 수입 원가와 정제마진 간 차익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정유업계는 환율 상승과 유가 하락이라는 이중 악재 속에서 4분기 실적 개선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환율과 국제 유가가 모두 비우호적인 상황이라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국 불안이 장기화되면 소비심리가 위축돼 제품 판매량 감소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