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공유숙박 현주소] 허술한 법 제도 탓에 '불법' 꼬리표

2024-12-11 16:48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가 제주에서 불법 숙박업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제주자치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문다혜씨 소유의 단독주택. [사진=연합뉴스]

해외에서는 관광 활성화에 효자 역할을 하는 공유숙박이 한국에서는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국내에 공유숙박업 관련 법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에 주먹구구식 무허가 운영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불법 공유숙박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공유숙박 관련 체계화된 제도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며 입을 모았다.

11일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올해 10월까지 서울시 공유숙박 불법영업 적발건수는 △2022년 7건 △2023년 52건 △2024년 11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공유숙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숙박업소거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하 외도민법)'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외도민법상 도심 공유 숙소의 경우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하며, 내국인에게 숙박 서비스 제공이 금지돼 외국인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등록 조건이 까다로운 탓에 현재 외도민법에 등록된 공유숙박업체 수는 전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숙박 분석 업체 에어디앤에이(Airdna)에 따르면 글로벌 공유 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서울 공유 숙소는 지난 3월 기준 1만6687개지만, 서울시에 외도민법으로 등록된 업체 수는 지난 10월 기준 5072개에 불과했다. 나머지 업체는 등록 없이 영업 중인 셈이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10월부터 자체적으로 새로 등록하는 숙소 호스트에게 영업 신고 정보와 영업신고증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숙소 중에서도 외도민법에 미신고된 숙소를 유예기간 1년 이후 차례로 퇴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유숙박업체들은 물론, 관광 전문가들도 국내 법안은 사실상 공유 숙박업 금지나 다를 바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타 국가와 비교해 보면 한국의 규제 법안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은 2018년 신민박법을 제정해 비실거주 주택에서도 민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프랑스 파리는 실거주 주택에서 공유숙박업 운영 시 별도 규제나 신고 절차가 필요하지 않으며, 비실거주 세컨드 하우스도 간단한 신고 절차를 거치면 단기 임대가 허용된다.

지난 2023년 9월 미국 뉴욕시에서도 국내 기준과 비슷한 '실거주 의무'를 골자로 하는 규제를 도입했으나, 오히려 호텔 비용만 상승하고 뉴욕 외곽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감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11개월간 뉴욕 호텔 가격이 평균 2%를 상회하는 7.5%까지 치솟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에 뉴욕시는 지난 10월 해당 규제를 폐기하는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우리 정부와 국회에서도 공유숙박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21년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진행한 '한걸음모델'의 성과로 공유민박업 도입이 발표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내국인 대상 도시민박 제도화를 주요 업무계획으로 발표하고 있으며, 지난 3월 관광산업 진흥을 위해 '내국인 도시민박 제도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외도민업 개편이 시급하고, 내국인의 이용 제한, 실거주 의무, 오피스텔 등 건축물 유형 제한 등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며 "공유숙박이 관광 산업과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만큼, 정부가 더 나은 제도로 화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