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아직 멀었나

2024-12-10 05:50

 
흑사병과 전쟁, 기근 등 극심한 혼란으로 공포와 불안이 커진 중세 시대, 그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는 마녀 사냥으로 이어졌다고 알려진다. 

마녀 재판이 성행하던 당시 마녀 혐의로 붙잡혀 온 이들에게 던지는 첫 질문은 “악마를 믿는가?”였다고 한다. 믿지 않는다고 하면 악마의 존재가 기록된 성경을 부정하는 이단이고, 믿는다고 하면 악마에 동조하는 것이니 어떻게 답을 해도 낙인이 찍히는 셈이다. 

비이성적 맹신이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마녀 재판은 당시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희생양을 찾는 제의였고, 형장에 선 이들을 향해 삿대질하고 돌팔매질하며 분풀이를 하는 일종의 오락거리이기도 했다. 

중세 시대에 자행됐던 마녀사냥이라는 단어가 ​​​​​오늘날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특정 인물이나 그룹을 사회적으로 배제하고 공격하는 현상을 일컫는 관용어로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 이러한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역사 교과서나 영화에서 봤던 ‘비상계엄’의 여파로 정치·경제·사회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명인을 대상으로 정치적 성향에 대해 명확한 근거 없이 추측과 주장을 앞세워 비난하고 해명을 요구하는 일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임영웅 SNS 인스타그램(왼쪽)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임영웅과 DM 대화라고 주장하는 캡처 사진(오른쪽).

최근 가수 임영웅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SNS에 반려견과 함께한 일상을 올린 임영웅에게 한 네티즌이 “이 시국에 뭐하냐. 목소리 내주는 건 바라지도 않지만 정말 무신경하다”고 DM을 보냈고, 이에 임영웅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했다는 주장이다. 사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이미 임영웅은 경솔했다는 반응과 함께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올랐다.

구독자 수 350만명이 넘는 경제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 운영자인 슈카 역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지금 대통령이 잘하셨으면 좋겠다. 무난하게 임기를 마치고 그만두셨으면 좋겠다. 다음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전체적인 방송 맥락은 아랑곳없이 네티즌이 해당 발언 부분만 놓고 ‘탄핵을 반대한다는 취지’라고 곡해하고 부풀리면서다. 결국 슈카가 “계엄을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지만, 한바탕 돌팔매질을 당한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듯하다.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을 함께 마주하고 있지만, 표현의 방식은 다르다. SNS를 통해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해 소신발언으로 박수를 받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작은 촛불 이모티콘으로 대신하며 마음을 표현하는 이들도 있고, 침묵하는 사람도 있다. 이는 누구라도, 어떤 식으로라도 강요할 수 없는, 강요해서도 안 되는 개인의 소신이자 신념의 영역이다. 자신이 가진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때로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표현의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타인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커밍아웃을 요구하고 입을 열 것을 강요하며, 자신과 정치 성향이나 다르다는 이유로 의도적으로 낙인을 찍는 것을 경계해야 할 때다. 눈과 귀를 모두 막아 통제하는 것뿐 아니라, 억지로 입을 열게 하고 자신과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고 비난하고 혐오하는 것 모두 21세기 민주주의와는 어울리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기본과 원칙,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