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추가 제재에...中 "경제적 강압, 필요한 조치 취할 것"

2024-12-03 11:34
美, HBM 수출 통제 등 新제재 발표
中 AI 굴기 막겠다는 의지 반영
中 "美 수출통제 남용...단호히 반대"

미국이 새로운 대중국 반도체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비롯해 새로운 대중국 반도체 제재 방안을 발표하자 중국 정부가 "경제적 강압 행위로 단호히 반대한다"고 즉시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는 2일 미국이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직후 "반도체 제조장비, 메모리 반도체 및 기타 품목의 대중 수출통제를 더 강화하고 136개 중국 기업을 수출 통제 기업 목록에 추가하며 중국과 제3국 간 무역에 간섭하는 전형적인 경제적 강압 행위이자 비시장적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상무부는 이어 "미국은 국가안보의 개념을 계속 확대하고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하며 일방적인 괴롭힘을 행하고 있다"며 "중국은 이에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상무부는 또 "미국의 통제 조치 남용은 여러 국가의 정상적인 경제무역 거래를 심각하게 방해하고, 시장규칙과 국제경제무역 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하며, 글로벌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 기업을 비롯한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며 "중국은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단호하게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미국 상무부는 2일(현지시간) 대중국 반도체 제재안을 발표했다. 새 제재안은 ▲대중국 수출 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고대역폭메모리) 추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 24종과 소프트웨어 3종에 대한 수출 통제 ▲136곳의 중국 기업에 대한 첨단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수출 통제 등이다.

미국의 수출 통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져 온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조치의 일환이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미국의 첨단 기술이 중국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면 중국이 결국 미국에 대항해 군사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자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제재 강도를 높였다.

미국은 그동안 그래픽반도체(GPU)를 중심으로 대중국 AI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수출을 통제해왔는데, 이번에 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인 HBM까지 수출통제 대상으로 규정함으로써 중국이 자체 기술로 'AI 자립 및 굴기'를 이루는 것을 막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앞서 1·2차 제재 중국 대표적인 반도체 설계 제조기업과 핵심장비 제조업체에 집중했던 것과 비교해 3차 제재는 제재 범위가 더 광범위해졌다고 평가했다. 중국 대표 반도체 식각기 제조업체 나우라테크놀로지그룹(北方華創), 중국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기업인 화다주톈(華大九天), 중국 이온 임플란트 장비업체 카이스퉁(凱世通) 반도체 산하 계열사들이 대거 추가된 게 대표적이다.

사실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에 힘입어 메모리, 파운드리, 팹리스 등 주요 부문에서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왔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타깃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중국 화웨이는 미국의 규제로 AI 칩 생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서도 최첨단 칩 개발에 주력한 결과, 지난해 자체 기술로 개발한 7나노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 60’을 출시해 기술력을 과시했다. 

미국의 추가 제재 우려 속 중국 기업들이 그간 미국산 반도체 및 장비 수입 늘려온 것도 확인됐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올해 10월 중국의 미국산 반도체 수입액은 11억1000만 달러(약 1조6000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60%나 늘었다. 올해 10월까지 총 누적 수입액은 96억1000만 달러다. 이는 지난해보다 42.5% 늘어난 수치다. 실제로 올해 1~10월 반도체 장비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한 333억 달러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