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플라스틱 협약' 빈손 폐막···산유국 반대에 타결 실패

2024-12-02 15:41
결론 없이 내년 추가 회의에서 논의 하기로
"다음 회의도 불투명"···'패키지딜' 제안설도

지난달 25일 국제플라스틱협약 제5차 회의가 개막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앞에서 기후위기비상행동, 플뿌리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 주최로 '플라스틱 생산감축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4.11.25 [사진=연합뉴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국제협약 마련을 위해 부산에서 열린 국제회의가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에 관한 견해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면서 최소한의 '선언적 합의'도 내놓지 못했다. 

2일 환경부와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가 일주일간 협상 끝에 마무리됐다. 당초 회의는 1일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치열한 협상이 지속되면서 기한을 넘겨 2일 새벽 3시 폐회했다.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은 "일부 문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고무적이지만 소수 쟁점이 완전한 합의를 이루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며 "쟁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추후 5차 협상위를 재개해 협상을 마무리 짓기로 전반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재작년 3월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5차례 협상위를 열어 협상을 벌였다. 

지난달 25일 부산에서 개막한 5차 협상위 첫날 발비디에소 의장이 협상위에 앞서 제시한 3차 제안문을 협상의 기초로 삼기로 예상보다 빠르게 합의하면서 최소 '선언적 협약'이라도 마련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왔다.

그러나 플라스틱 생산 규제 여부, 제품과 우려 화학물질 규제 방안, 재원 마련 방식 등 국가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며 매회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175개 당사국 가운데 유럽연합(EU)을 포함한 100개국 이상은 파나마가 제출한 생산 감축 제안서를 지지했다.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극구 거부했다. 산유국은 ‘생산 감축’ 문구를 포함하는 어떤 문안에도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첨예한 갈등 속에 이번 협상은 최소한의 '선언적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고 결국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의장은 부산에서 이뤄진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5차 중재안을 제안했으며 회원국들은 이를 기반으로 2025년 추가 협상회의(INC-5.2)를 개최하기로 했다. 

차기 회의에서도 국제사회 견해차는 좁히기 힘들 것이란 전망은 여전하다. 선진국이 다음 회의에서 태평양 군소 도서 지역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 생산 감축 문구에서 한발 물러나는 '패키지 딜'을 제안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최종 협상안 돌출에는 실패했으나 나름 진전도 있었다는 평가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폐회식에서 "지난 한 주 동안 활발한 논의와 생산적인 토론으로 기존에 70장이 넘던 협약 문안을 20여 장으로 줄이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단체들은 국제사회 합의 실패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녹색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협상 기간이 끝나도록 협약 성안 임무 수행에 결국 실패했다"며 "주요 쟁점인 생산 감축 반영 여부, 재정 메커니즘 신설에 대해 의견 차가 커 이대로라면 다음 회의에서도 성공적인 협약 성안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