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K라면과 두유노 클럽

2024-12-01 12:52
K라면, 1~10월 수출액 1조4000억원
올해 10개월 만에 지난해 실적 넘어
韓라면 강세에 '라면=일본' 공식 깨져

지난달 1일 서울 마포구 CU 홍대상상점에서 한 외국인이 라면을 조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유노(Do you know)클럽. 전 세계에 한국을 알린 인물이나 음식, 문화를 한데 모은 명칭이다. 외국인에게 한국을 소개할 때 "Do you know ○○○?"라고 질문하는 데서 시작된 일종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기도 하다.

한국을 전 세계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을 때 두유노 클럽에 입성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대표적으로 "두유노 지성팍(박지성)?", "두유노 강남스타일?"이 있다. 최근에는 "두유노 흥민손(손흥민)?", "두유노 BTS?"로 업데이트됐다. 방한하는 해외 유명인에게 기자들이 묻는 단골 질문이다 보니 온라인에서는 '두  번째 입국심사'라고도 불린다.

"두유노 신라면?"

최근 두유노 질문을 들은 곳은 공항도 아닌 경북 구미생활문화센터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난달 1일 이곳에서 열린 2024 구미라면축제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에게 신라면에 얽힌 일화를 소개했다. 최근 출장차 방문한 미국에서 구미를 홍보할 때 현지인들이 삼성전자 구미공장보다 신라면 구미공장에 더 흥미를 가졌다는 것. 한 봉지 1000원짜리 한국 라면이 국위 선양에 있어 100만원을 호가하는 스마트폰보다 효자 노릇을 한 셈이다.
 
농심이 지난달 미국 맨해튼 뉴욕한국문화원에서 '신라면과 함께하는 뉴욕에서의 한강' 행사를 진행한 가운데 참석자들이 '한강 신라면'을 맛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의 말대로 K라면은 식품업계 반도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10월 라면 수출액은 10억2000만 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동기 대비 30% 증가해 역대 최대다. 작년 한 해 라면 수출액이 9억5200만 달러니 올해는 불과 10개월 만에 작년 열두 달 실적을 갈아 치운 셈이다.

그렇다 보니 '라면=일본' 공식에도 금이 가고 있다. 10%대 불과하던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17년 20%를 돌파하며 2위 기업 일본 닛신을 제쳤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역시 월마트 입점률이 지난 5월 기준 90%에 달한다. 과거 한국 라면은 주로 한인 마트를 중심으로 유통됐다. 하지만 최근 미국 주류 유통 채널, 그중에서도 주요 식품 매대에 배치되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 라면이 전 세계 식탁에 오른 배경으로는 품질력과 한류를 꼽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에서 라면 같은 한국 먹거리 노출이 늘다 보니 이를 접하는 해외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 인스턴트 라면은 양이 적어 간식으로 인식되는 반면 한국 라면은 '완성도 높은 식사'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귀띔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라면 수출액은 연말까지 1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 맨해튼에서 신라면을 먹는 뉴요커,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리뷰하는 미국 유명 래퍼···. 이런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지금, K라면의 두유노 클럽 입성을 허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두유노 신라면? 두유노 불닭?
 
홍승완 산업2부 기자 [사진=아주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