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자연계 논술 문제 유출' 논란에 한발 물러선 연세대…최대 피해자는 고1?
2024-11-28 11:40
문제 유출 논란이 제기된 연세대가 수험생들을 위해 한발 물러섰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로 인해 애먼 피해자가 생겼다.
"논란된 논술 시험 추가 실시…1차 합격자는 그대로"
연세대가 "오는 12월 8일 추가로 2차 자연 계열 논술 시험을 시행한다. 후속 조치를 오랜 기간 기다려 준 수험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 드린다"는 입장문을 27일 발표했다.
이어 "1차 시험에 의해 선발하기로 한 261명은 정상적으로 1차 시험 결과에 따라 선발한다. 합격자 발표 예정일은 12월 13일"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2차 시험에서도 1차 시험과 마찬가지로 261명의 합격자를 뽑는다. 12월 26일 이전에 발표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연세대는 지난달 12일 연세대 자연 계열 논술 시험이 치러진 한 고사장에서 감독관의 착각으로 문제지가 시험 1시간 전에 배부됐다가 회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일부 수험생들은 문제 정보가 사전에 유출돼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시험 무효 확인 소송과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연세대 측은 해당 소송에 이의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즉시 항고를 제기했다. 그러나 본안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 내달 5일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리기에, 수험생들은 혼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연세대도 이러한 입장을 이해해 2차 추가 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문제는 이번 수시에서 추가 모집한 인원으로 인한 피해가 2년 뒤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법률 분쟁을 조기에 해소해 안정적으로 입시를 운영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해한다"며 "입시 혼란을 초래한 연세대 및 책임자에 관해 추후 수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육부 시행령에는 2025학년도 초과분을 2년 뒤 감축하라고 나와 있어
연세대의 추가 논술 시험 고지에 교육부는 "연세대가 제안한 추가 시험에 따른 초과모집은 대학의 과실로 인한 초과 모집에 해당하므로 '신입생 미충원 인원 이월 및 초과 모집 인원 처리 기준'에 근거해 2027학년도 모집 인원 감축 명령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고시한 '신입생 미충원 인원 이월 및 초과 모집 인원 처리 기준' 제4조 (초과 모집에 대한 시정·변경 명령)에는 '대학 과실로 인한 초과 모집은 초과 모집 인원만큼 차차년도 모집 단위에서 모집인원 감축,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초과 모집에 따른 감축 조치를 받은 대학은 차차년도 신입생 모집 시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쓰여있다.
결국 2025학년도 수시 모집 혼선으로 인해 추가 모집을 실시하는 연세대는 2027학년도 모집 정원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2025학년도 정시, 2026학년도 모집 인원이 확정돼 감축할 수 없다는 이유다.
"2027학년도 입시 방향 내년에 결정…어느 부문에서 감축할지 정해지지 않아"
이와 관련해 연세대 홍보팀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현재 추가 모집에서 합격자가 얼마가 나올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2027학년도 입시 정원은 내년에 결정될 예정이다. 2027학년도 합격 인원이 감축되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아주경제가 "논술 시험에서 문제가 된 만큼, 2027학년도 논술 전형에서 인원이 감축되는 거냐"고 질의하자 연세대 관계자는 "어느 전형에서 인원을 줄일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즉 어쩔 수 없이 2025학년도 수험생은 연세대에 추가 모집 인원만큼 더 합격하고, 2027학년도 수험생은 최상위권 대학인 연세대에 합격할 확률이 줄어드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했다. 2027학년도 상위권 대학을 노리는 고등학교 1학년생들이 최대 피해자가 된 셈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사소한 실수 하나가 그해 수험생뿐 아니라 2년 뒤 입시를 치를 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 실수 하나에 합격 인원이 좌우되는 상황 속 수험생들의 허탈감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