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 과잉에… 석화 업계, 스페셜티 제품 전환으로 돌파구 모색

2024-11-18 18:00
DL케미칼·금호석화, 스페셜티 전환으로 '흑자전환'

금호석유화학의 여수고무제2공장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중국발 공급 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투자 확대를 통해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스페셜티 제품 중심의 전략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하며, 사업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의 범용 제품 즐설과 글로벌 경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석유화학 제품의 최대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정부 주도로 공격적인 증설을 추진하며 자급률을 100% 가까이 끌어올렸다. 이제는 자급자족을 넘어 수출국으로 변모하면서 범용 제품 공급 과잉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3분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3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롯데케미칼은 같은 기간 413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한화솔루션 역시 화학 사업 부문에서 31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은 스페셜티 제품으로의 전환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고부가가치 소재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친환경성과 내구성 등 차별화된 성능 덕분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금호석유화학과 DL케미칼은 이러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전략으로 실적을 개선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기차 타이어용 소재인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를 포함한 고부가 합성고무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 및 탄소나노튜브(CNT) 개발에도 속도를 내며, 3분기 65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DL케미칼은 핵심 자회사인 카리플렉스를 통해 메디컬 소재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카리플렉스는 '폴리이소프렌 수술 장갑용 합성 고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제조사로 자리잡고 있으며, 올해 3분기 47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또한, 여수 산단 내 2공장 증설을 통해 폴리부텐(PB) 생산을 확대하고, 태양광 패널용 필름 소재인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개발도 완료해 판매를 시작했다.

이외에도 LG화학은 여수산업단지 내 일부 PVC 생산라인을 초고중합도 PVC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전기차 급속 충전 케이블용 제품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초고중합도 PVC는 높은 온도에서 성질이 변하는 기존 PVC의 단점을 극복한 내열성을 가진 소재다.

롯데케미칼은 범용 플라스틱에서 고기능성 플라스틱 소재, 건축용 고부가 인조대리석 소재 등 다양한 스페셜티 소재 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또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 청산을 발표한 바 있다. 해외 법인 지분 매각을 통해 총 1조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공급 과잉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생존 전략으로 삼고 있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결국 공급 과잉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열쇠는 경쟁력"이라며 "중국과 중동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스페셜티 제품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탄소 중립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