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16% 주주들의 선택이 승부 가를듯

2024-11-12 18:04
고려아연 40~41%, 영풍·MBK 44% 의결권 확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0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고려아연에 유상증자 정정을 요구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이번 주 중 유상증자 철회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향후 임시주주총회와 정기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경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양측의 의결권 지분은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이 40~41%,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약 44%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과 국내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이 보유한 나머지 16% 지분의 향방이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특히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은 그간의 공개매수와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수 있다. 공개매수 과정에서는 매매 가격과 수익성이 판단 기준이었다면, 주주총회에서는 기업의 장기적 경쟁력과 비전, 산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중요한 고려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과 사업적 협력 관계에 있는 한화, LG, 현대차 등 주요 기업들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적 사업 시너지를 중시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 또한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주총 안건에 92.5% 찬성표를 던졌으며,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장기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영풍은 최근 석포제련소 조업 정지 60일 판결에 이어 추가 10일 조업 정지 처분이 예고되며 경영 역량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MBK파트너스 역시 주요 공적 기금의 위탁 운용사 선정에서 잇따라 탈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영풍이 제안한 배당 확대안이 기각되고, 고려아연 이사회 원안이 62.74% 찬성으로 통과된 바 있다. 이는 주주들이 단기 배당보다 기업 가치 제고를 더 중시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증권가 관계자는 "남은 주주들은 고려아연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중시하는 투자자이거나 사업 협력이 필요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라며 "MBK와 영풍이 이들을 설득할 명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