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블랙웰은 액침냉각 필수"...SK·GS·에쓰오일엔 블루오션

2024-11-12 17:30
AI DC 수요 증가 따른 액침냉각유 성장 기대
정유사들, 신제품 및 관련 솔루션 개발 속도

에쓰오일 직원들이 서울 마곡 TS&D 센터에서 액침냉각유 성능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에쓰오일]

엔비디아가 차세대 AI(인공지능) 반도체 '블랙웰'에 액체를 활용한 냉각 방식을 본격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도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액침냉각은 전자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냉각유에 담가 열을 식히는 차세대 열 관리 기술을 뜻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액침냉각 시장 규모는 지난 2020년 1조원 미만에서 오는 2040년 42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최근 엔비디아까지 차세대 AI 반도체인 블랙웰에 기존 공랭식 대비 발열 통제 효율을 높인 액체냉각(액침냉각) 방식을 적용할 뜻을 밝혀 관련 시장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엔비디아는 최근 국내외 AI 컨퍼런스에서 블랙웰의 발열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 전체 AI 시스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액침냉각이 사실상 필수라고 밝힌 바 있다. 

액침냉각 기술이 각광 받은 이유는 냉각효율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액침 냉각은 전자 장비를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성 유체에 완전히 담가 열을 식혀 공기나 액체를 활용한 냉각 방식보다 훨씬 빠르게 열을 식힐 수 있다. 실제 액침냉각을 활용하면 공랭식 대비 전력 사용량을 약 3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도 액침냉각 관련 기술 투자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 경유와 휘발유 수요 급감으로 인한 위기를 ‘윤활유’를 활용한 액침냉각유를 앞세워 극복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아주경제 DB]
국내 기업 중 액침냉각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한 곳은 SK그룹이다. SK이노베이션 윤활유 부문 자회사 SK엔무브는 지난 2022년 미국 수조형 액침냉각 기업 GRC에 지분 투자를 했고, SK텔레콤과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유 실증 사업을 완료했다. 올해 하반기엔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제품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지난 4일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도 SK엔무브는 미국 액침냉각 스타트업 GRC와의 협업 외에도 차세대 액침냉각 기술을 보유한 ICEOTOPE 등과 협력해 액침냉각 시장 확장에 앞장서겠단 목표도 제시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액침 냉각유 브랜드인 ‘킥스 이머전 플루이드S’를 출시했다. 해당 액침냉각유는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협력업체들과의 실증으로 제품 성능을 검증한 것이 강점이다. 최근에는 해당 제품을 4종으로 세분화해 데이터센터, 전기차 배터리, ESS(에너지 저장 장치) 등에 적용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이외에도 HD현대오일뱅크는 ‘엑스티어 E-쿨링 플루이드’라는 액침냉각유 상표를 출원하고, 에쓰오일 역시 고인화점 액침냉각유 ‘e쿨링 솔루션’을 출시했다. 다만 상용화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시장에선 정유업계가 윤활유 강점을 활용할 경우 충분히 시장 선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윤활유를 활용한 액심냉각유는 공기나 물로 서버를 식히는 공랭식, 수랭식 등의 방식과 달리 서버를 직접 담가 열을 식히므로 냉각 효과가 더 커 활용도가 높다. 더욱이 전력량 절감 등의 이점도 있어 이 방식을 채택하는 데이터센터가 급증할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등 전 세계 글로벌 IT기업들이 액체 냉각 시스템 도입을 예고하면서 액침냉각류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액침 냉각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글로벌 윤활기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정유기업들이 꾸준히 관련 기술에 투자만 한다면 충분히 좋은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