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잡아먹는 AI] 글로벌 빅테크, AI 서비스 가격 줄인상… 소비자 정보 격차 커진다

2024-11-13 05:00
오픈AI·구글, 월구독료 인상 방침… 국내 기업도 비용 인상 불가피
막대한 기술 투자 대비 이용률 저조… AI 대중화 위한 지원책 필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공지능(AI) 기술 고도화로 인한 비용 부담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비스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는 추세다. 더군다나 한국은 투자 대비 AI 이용률이 저조한 상황인데 이용자에게 부담되는 비싼 사용료가 AI 대중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AI 사용료 인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AI 개발 고도화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지만 이로 인한 수익성은 저조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현재 오픈AI의 챗GPT 플러스 월 구독료는 20달러(약 2만8000원)인데 올해 안에 22달러로 인상할 방침이다. 향후 5년 동안 점진적으로 인상해 월 44달러(약 5만7600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앞서 오픈AI는 추론 기능을 강화한 'o1-프리뷰'를 출시하면서 사용 용량을 제한했고, 향후 챗GPT 차세대 모델 월 구독료를 2000달러까지 책정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역시 올 초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 '구글 원'에 AI 프리미엄 요금제를 추가했다. 2테라바이트(TB) 저장용량과 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제미나이 프로' 서비스를 묶어 월 2만9000원으로 책정했다. 2TB 저장 용량 기능만 사용할 수 있는 기존 서비스 가격은 월 1만1900원이다. AI를 사용하려면 기존과 비교해 2배 이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더욱이 그간 전면 무료로 제공해 온 검색 서비스에도 생성형 AI를 붙이면서 유료화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막대한 투자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자 사용료를 올리기로 한 것이다. 올해 오픈AI 예상 매출은 37억 달러인 반면 적자는 50억 달러로 추산된다. 2026년 적자는 3배 늘어난 1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2029년 매출 1000억 달러가 예상되지만 적자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투자 비용은 연매출 대비 2배 이상이다. AI 기술 개발을 포함해 인건비 등 운영 비용은 87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응용 AI 서비스를 제공 중인 국내 기업의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SK텔레콤 AI 비서인 '에이닷'과 내년 출시 예정인 카카오 '카나나'가 대표적이다. 에이닷은 챗GPT, 퍼플렉시티, 클로드 등을 활용 중인데 향후 점진적으로 유료화를 꾀할 방침이다. 최근 AI 통화요약을 월 30건으로 제한하기도 했다. 챗GPT 등을 접목한 카나나 역시 내년 출시 이후 구독형을 통한 유료화를 검토 중이다. 네이버도 최근 AI 번역 유료 구독형 서비스 '파파고 플러스'를 출시했다. AI에 막대한 투자를 한 기업들이 수익을 내려면 이용자가 부담할 비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비싸지는 비용으로 인해 AI 이용 문턱은 물론 소비자 간 격차는 커질 전망이다. 더군다나 한국의 기술 투자는 글로벌 상위권에 속하지만 AI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편이다. 미국 AI 기업 라이터버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생성형 AI 이용 트래픽이 글로벌 20위 안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AI 지수에서 종합순위 6위로 평가받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유료 이용자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AI 챗봇을 사용한 국내 이용자가 13.4%였는데 이 중 유료 상품을 쓴다는 비율은 5.7%에 그쳤다. 

문제는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한국은 고용경직성 등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업무상 AI 활용이 적은 편"이라면서 "AI가 보편화된 시대에서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에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AI 이용에 대한 비용 지원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