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트럼프 재집권, 위기이자 기회…협력할 것 많아"

2024-11-13 06:00
박승준 논설주간, 안호영 전 대사와 대담
"정책·인물·국회 등 삼박자 모두 맞춰져"
"자체 핵무장론 언급 안 돼…무리한 요구"
"북핵 문제 2017년 때와 비슷하게 갈 듯"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학교 석좌교수)가 지난 10일 종로구 이마빌딩 11층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다시 트럼프 시대가 돌아온다.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약 4년 만에 트럼프 행정부를 다시 맞이하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때를 돌이켜보면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북한 핵 문제 등이 기억에 남는다. 그만큼 트럼프는 강력했고, 예측할 수 없었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는 우리나라가 트럼프 재집권을 위기로 생각하지 말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트럼프 정부는 1기 때보다 2기 때가 더 강력해질 것이라며, '정책·인물·국회' 등 삼박자가 모두 맞춰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북한 핵 문제에 있어서는 2017년 때와 비슷한 길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결정에 우리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호영 전 대사는 지난 10일 박승준 아주경제 논설주간과의 대담을 통해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의 조선업을 언급했다"며 "트럼프가 높게 평가하는 한국의 제조업이나 R&D(연구개발), 대미 투자 등을 활용해 한·미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양국 간 협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학교 석좌교수)가 지난 10일 종로구 이마빌딩 11층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트럼프 재집권으로 한국은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얻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한국이 맞게 된 위험과 기회는 무엇인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가 당선이 된 후 미국에서 인도·태평양 국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긴급 좌담회를 개최했는데, 이때 제가 한국 대표로 초청받아 얘기한 것이 있다. 트럼프 신행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아야 하고,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트럼프가 한국의 제조업, R&D 능력을 높게 평가하는데, 특히 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조선업을 언급했다. 우리가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고 성장률 높이는 데 얼마든지 협력을 같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는 직업을 창조하고 싶어 한다. 그러려면 투자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 투자 기업이 아시아 국가 중에 제일 높다. 이렇듯 우리가 미국과 같이 일해서 여러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 언급한 것들이 다 위기고 기회가 될 수 있는데, 그걸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우리 자세다."

-트럼프가  2기 때 더 거칠어질 것 같은가.

"1기와 비교해서 2기 때 훨씬 강력하게 밀고 나갈 것 같다. 세 가지 요인이 있는데, 첫째는 1기였던 2016년에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데에만 관심이 있었고, 정책을 연구하지 않았다. 그리고 8년이 지났는데, 8년 동안 정책 연구를 많이 했다. 정책 건의서가 몇 개가 나와 있고, 지금은 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쌓여있을 정도다. 둘째는 1기 때는 내각을 짜는 데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다. 당시 트럼프는 누가 누군지 사람을 몰랐는데, 8년 사이에 엄청난 사람들을 알게 됐다. 벌써 수지 와일스를 비서실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고, 주요 보직도 곧 발표할 것 같다. 2016년하고 전혀 다른 상황이다. 셋째는 국회다. 일단 공화당이 상·하원 다 장악하게 생겼다. 보통 미국이 대통령, 상원, 하원 중 하나는 다른 당이 가지고 가게 되는데, 이번에 다 가져가게 됐다. 즉, Unified Government가 형성된 건데, 트럼프가 내년에 재집권하게 되면 정책 집행이 굉장히 강력하게 이뤄질 것으로 본다."

-한반도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지?

"한반도 정책에 대해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는데, 영어 표현 중에 셀프 풀필링 프로퍼시(self-fulfilling prophecy·자기실현적 예언)라는 것이 있다. 그 소리를 자꾸 하면 그런 결과가 나온다는 말이다. 언론에서 한반도 정책에 대해 자주 언급하는 것이 안 좋다고 본다. 그냥 뒤에서 이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해야지 계속 어려운 그림을 그려내면 self-fulfilling prophecy가 된다고 생각한다. 2017년 현직 대사였을 당시 미국이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몇십 개 옵션을 검토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채택한 정책이 엄청난 압박(maximum pressure), 엄청난 외교(maximum diplomacy)였다. 트럼프가 2017년에 북한에 엄청난 압력을 가했다. 근데 2018년 들어와서 싱가포르 회담, 하노이 회담 등 엄청난 외교의 길로 들었다. 그런 경험을 비춰볼 때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 같다. 그간 북한 핵 문제에 대해 많은 변화가 있었으니 다시 한번 저번과 같은 검토의 과정을 거칠 텐데, 그 과정에서부터 우리가 개입해야 한다. 미국과 함께 우리가 같이 일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분담금 많이 내자고 하면 주고,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요청하자는 주장이 나오던데?

"그건 무리한 요구다. 트럼프가 지나가는 말처럼 핵 가지면 어떠냐는 식으로 언급했는데, 트럼프가 말하는 건 잘 해석해야 한다고 가까운 데서 보좌한 분들이 말한다. 트럼프가 뭘 하나 언급하면 쉽게 말해서 풍선을 던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트럼프가 왜 풍선을 띄웠을까 생각하고 몇 번을 기회가 될 때마다 확인해 봐야지 저게 답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의 말을 잘못 짚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트럼프도 사업을 하던 분이라 자기 생각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왜 저런 얘기를 했을까'라고 그걸 확인하고, 그것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잘 받아준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핵 보유 문제는 그에게 진지한 얘기가 아니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꽤 많은 분이 '독자 핵무장론'을 언급한다.

"그런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된다. 가장 현실적인 대화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하고 만든 핵협의그룹(NCG)을 우리가 잘 키워야 하는 거다. 자꾸 핵무장 한다고 하면 NCG가 죽는다. 자체 핵무기보다 NCG가 더 중요하고 실속이 있는 협의다. 굉장히 강한 것이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언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사실 트럼프 1기 때 아주 아슬아슬한 상황이 있었다고 한다. 다만 처음부터 트럼프하고 같이 일했던 분들은 그냥 지나가는 말로 했다고 하고, 중간부터 같이 일했던 분들은 위험했다고 한다. 결론은 트럼프를 잘 아는 분들은 트럼프가 또 풍선을 하나 띄웠다고 받아들였다고 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가 말하는 의도를 잘 이해해야 하는 것이고, (주한미군 철수에)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안호영 전 주미대사(경남대 석좌교수)가 지난 10일 종로구 이마빌딩 11층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트럼프가 재집권하면서 미·중 관계에도 관심이 많은데, 중국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나?

"트럼프 1기 때와 2기 때의 대중 정책을 비교해 보면 1기 때는 사실 통상 경제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때 캠프에 있는 분들하고 만나서 얘기하면 중국에 대해 다 똑같은 얘기를 한다. 중국은 남의 나라 기술 도둑질해 가고, 지식재산권(지재권)을 마음대로 짓밟고, 국영무역기업(state trading enterprise)을 통해서 무역하고, 이런 나라하고 우리가 시장경제적 원리를 가지고 통상을 한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 중국은 한번 말하자면 크게 문제 제기를 안 하면 고칠 수 없다고 하는데, 이게 토킹 포인트가 있는 것 같다. 그게 없으면 그렇게 똑같이 말할 수 없다. 일단 트럼프 1기 때랑 다른 게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국들하고 만들어 놓은 것이 많다. 격자무늬(lattice-like) 동맹이라고 해서 오커스(AUKUS)를 만들고,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를 만드는 등 결국 중국을 혼자 상대하기에 버거우니 '동맹국들과 같이 하겠다' 그래서 소위 말해 제도화를 많이 해놨다. 그런데 트럼프 2기가 저걸 어떻게 할 것인지, 이용해 나갈 것인지, 아닐 것인지 그것도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미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보좌관은 격자무늬 동맹 체제를 높이 평가한다. 가령 한·미는 트럼프가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하고, 심지어는 우리나라가 오커스에 들어와야 한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작한 것이지만, 이를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한다. 근데 그것은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 생각이기 때문에 과연 정책으로 구현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트럼프 당선이 확실해졌을 때 뉴욕타임스에서 "Trump leads US to Right"라고 언급했는데, 현재 미국 사회에서 좌·우파가 심한지?

"'Right(우파)'라는 개념이 많이 변해 왔다고 생각한다. 가령 냉전기 마지막 대통령이 레이건, 부시였는데 그때 미국 공화당은 첫째는 강한 국방, 두 번째는 작은 정부였다. 이후 냉전이 끝나고 시간이 흘러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이 됐을 때 사실 미국은 자국 역량을 개발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그런데 9·11 테러,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라크 침공 등의 사건이 터지면서 결국 네오콘(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들의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네오콘 식의 우파가 미국에 엄청난 실망을 안겼다. 그래서 지금 뉴욕타임스에서 말하는 우파는 레이건의 우파랑 네오콘의 우파랑은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 지금 우파는 문화, 사회, 경제 문제로 변질이 됐고, 민주당은 그사이에 또 문화, 사회, 경제 문제를 다루면서 왼쪽으로 많이 갔다. 그러면서 결국 좌·우파 간격이 많이 벌어졌다고 보면 된다. 이는 미국 사회의 양극화가 훨씬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걸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