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트럼프의 등장이 전기차의 종말을 예고한다고?

2024-11-11 06:00

[사진=연합뉴스]

"내년요? 한마디로 암흑이죠. 기업 명줄을 밖에서 쥐고 있는 거 아닙니까. 앞으로 '빡센(?)' 외교의 시간이 올 텐데 정부와 기업이 원팀으로 잘 해낼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최근 만난 한 자동차 기업 임원에게 미국 대선 이후 시장을 어떻게 보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올해 역대급 특수를 누렸던 자동차 시장이 '시계(視界) 제로' 상황에 빠졌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컴백하면서 과거에 보여줬던 보호무역주의와 대중 견제 수위가 전례 없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 대미무역 흑자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자동차업계는 풍전등화 상황에 놓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4년이 전기차의 미래 자체를 바꾸진 못하겠지만 기업들이 버틸 체력이 없다는 건 위기"라면서 "미래(전기차)의 지속적 투자를 위해선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잘 팔아야하는데 돌발 변수가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앞이 컴컴하다"고 했다. 

미국 언론에 공개된 전기차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을 종합하면 한마디로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이는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인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북동부 공업지대)의 자동차 제조업 노동자들이 보는 시각과 비슷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막강한 정치적 지원에도 "전기차는 대규모 자동차 산업이라는 큰 틀의 스몰 슬라이스(작은 일부분)로 존재해야 한다"며 "절대 주류가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가 인플레를 자극해 궁극적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를 야기한다는 공포감도 있다. 트럼프는 석유와 가스, 석탄 등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을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는데 이는 친환경 정책이 물가를 자극시켜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의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위기를 끝내고 금리를 낮춰 '제2의 황금기'를 열겠다는 그의 입장에서 친환경차 시대로의 전환은 '미국 멸망의 위기'를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트럼프 시대가 전기차의 종말을 예고하니 기업들은 4년간 전기차를 잠시 미뤄두고 다시 내연기관차로 회귀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전기차를 '정해진 미래'라고 말한다. 트럼프가 변화의 속도는 바꿀 수 있어도 방향은 바꿀 수 없다는 얘기다. 인류가 시대적 변화 과정에서 반드시 맞이하는 장애물에 부딪혀 주저앉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봉화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고 구수한 말똥 향기나 맡으며 인생의 절반을 마차 위에서 보내야 할 것이다.

변화에 대한 위협과 두려움 속에서도 누군가는 바퀴를 굴리고, 세상은 이런 노력으로 조금씩 진보한다. 전 세계에 수출하는 'K-모빌리티'인 KTX, 전기차, 수소차 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맞이하는 기업의 저력에서 나왔다. 그리고 이런 혁신이 있었기에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글로벌 수익성 톱 2위 완성차 반열에 올랐고, 선진국의 열차를 수입하기 바빴던 철도업계는 20년 만에 세계 각국에 한국형 고속열차 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었다.

인류의 공존과 평화로운 번영을 위한 혁신의 계기에는 늘 '부의 기회'가 있다. 그리고 전기차와 수소차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에서 인류가 절대 포기해선 안되는 기술이다. 한국 기업에는 1950년 전쟁 후 '무에서 유를 창조한 DNA'가 태생적으로 내재됐다.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차의 황금기는 서양이 이끌었지만 전기차, SDV, 자율주행 시대의 주인공만큼은 IT 강국인 한국에서 나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똑똑한 한국 기업들이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모든 국민들이 새로운 부의 기회를 찾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