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그린벨트 개발 발표에... 서초 서리풀·고양 대곡, 벌써부터 들썩

2024-11-06 16:09
발표 직후부터 일대 토지 매도·매입 문의 쏟아져
인프라 개선 기대감에 '매물 거둬들이기'..."토지 최소 1.5배 뛸 것"

정부가 5일 신규택지 공급 지역으로 발표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내 그린벨트 모습. [사진=우주성 기자]

"택지 개발 발표가 난 어제는 일대 토지 소유주들이 주로 문의를 했는데, 오늘은 인근 토지 시세를 확인하려는 외지인들의 연락이 많이 옵니다.”(서울 서초구 원지동의 A 공인중개업소 대표)
 
"5년 전에 이곳 고양 대곡동에 토지를 산 적이 있었는데 신규 택지 발표가 난 이후 매수할 만한 땅이 있는지 알아보러 왔습니다.”(압구정동에 거주하는 80세 정모씨)

서울 서초를 비롯해 고양·의왕·의정부 등 수도권 4곳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신규 택지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인 6일, 서초구 내곡동 일대는 비닐하우스와 텃밭이 무질서하게 늘어선 풍경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번 발표의 핵심 지역인 서초구 서리풀지구(원지동·신원동·염곡동·내곡동·우면동)에 속한 곳이다. 한가로운 풍경 속에 중년 남성 3~4명이 무리지어 등기부등본 등을 손에 쥔 채 일대를 확인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원지동에서 원예농가를 운영 중인 60대 남성은 "예전부터 기대는 했는데 그린벨트가 풀려 개발된다니 놀랐다. 이제 처분이 가능해졌다는 말을 부동산에서 들었다. 다만 수용 절차가 있다고 하는데 당장 처분을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5일 신규택지 공급 지역으로 발표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내 그린벨트의 모습. 농지로도 이용되지 않은 일부 구역은 빈 땅으로만 남아 있었다. [사진=우주성 기자]

 
서초구 내곡동의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발표 이후로 본인 소유의 토지가 해제 구역에 포함되는지, 토지 수용 여부와 토지를 지금 처분해야 하는지 등 문의 전화가 많다"며 "인근 땅값이 3.3㎡(평)당 400만원대 중반으로 8월부터 제법 올랐는데 매물을 거둬들이는 상황이라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기 전까지 농지 가격이 최소 1.5배는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원지동과 내곡동, 우면동 일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서리풀지구에 2만 가구가 들어서는 데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우면동의 C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기존 내곡지구가 약 5000가구 수준인데 4배 수준의 신축이 더 들어서면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청계산입구역 일대도 빠르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인근에 위치한 서초포레스타 6단지 전경. [사진=우주성 기자]

앞서 정부는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강남구 세곡동과 서초구 내곡동(내곡지구) 일대 그린벨트에 463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한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신규택지 인근에도 현재 서초포레스타 2·3·5·6·7단지와 서초 더샵포레 등의 단지가 위치하고 있다. 이 중 서초포레스타 등 일부 단지의 전용 84㎡ 매물은 지난 6개월 새 실거래 가격이 2억원 이상 뛰기도 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고양대곡 역세권' 지구에 포함되는 고양시 대곡동 일원. 대부분의 토지가 밭이나 농막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김슬기 기자]

수도권 신규 택지 지구 발표 때마다 유력 후보지로 꼽혔던 고양시 대곡동 일대 토지 시장도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이날 둘러본 '고양대곡 역세권' 지구 역시 대다수의 땅이 비닐하우스와 농막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이 지나는 대곡역 인근엔 밭과 비닐하우스 사이에 신축 빌라도 서너채씩 들어서 있었다. 
 
대곡역 근처 D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5년 전 개발 소문이 간간이 나왔을 때부터 분양이 된 빌라들”이라며 “보상금을 목적으로 들어온 외지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대곡역 인근의 대지값은 3.3㎡(평)당 1000만원까지 올랐고, 농지도 3.3㎡당 150만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찾은 대곡동에 있는 E 공인중개업소에는 토지를 매수하려는 투자자와 매물을 거둬들이려는 소유주 등의 문의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해당 중개업소의 임현숙 대표는 "어제 오늘 땅을 사겠다는 고객들의 문의에 응대하느라 목이 아플 지경"이라며 "외지인들이 지금 땅을 사려면 자금조달계획서 등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해 그런 부분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전날 발표한 '고양대곡 역세권' 지구에 포함되는 고양시 대곡동 일원. 대부분의 토지가 밭이나 농막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김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