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고령화 사회 주목받는 실버산업의 기회
2024-11-05 14:10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이슈이자 바꾸기 가장 어려운 물줄기 중 하나가 고령화이다. 우리나라 고령화, 얼마나 많이 진행되고 있는가. 통계를 보고 이야기하면 70세 이상 연세 드신 분들이 20대 청년들보다 더 많아졌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통계상으로 볼 때 70대 이상 인구는 631만9000여 명으로 20대 인구인 619만7000여 명보다 많아졌다. 2년 전만 해도 20대 인구가 더 많았는데 이제는 역전된 것이다.
작년 65세 이상에 해당하는 '고령 인구'는 2022년보다 46만여 명 늘어난 973만명으로 전체 인구 중 20%에 약간 못 미쳤다. 내년에는 이 비중이 20%를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한데, 이렇게 되면 유엔(UN)이 정한 기준에 따라 한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사실 장수(長壽)를 꿈꾸는 우리는 큰 축복을 입은 셈이다. 그렇게 너도나도 오래 살게 된 사회가 무엇이 문제일까. 경제 활력이 낮은 것이 오래 사는 축복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가. 물어볼 가치가 없는 질문이다.
늙고 노쇠해서 경제 활력에 걸림돌이 될 거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대신 고령자들의 두둑한 지갑을 열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실버산업이 발전하고 있고, 이와 동시에 상대적으로 빈곤한 고령자들을 위한 정부 정책이 균형 있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실버산업은 고령자들을 위한 특화 제품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대상이 고령 인구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늙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연령이 되면 실버산업군에 속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다. 실버산업군의 제품과 서비스는 미래의 노후 생활을 질병 예방이나 수명 연장에 국한하여 좁게 생각하지 않고, 활동적인 노화 과정을 가능하게 하거나 몸이 불편해도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분야에 적용되는 라이프스타일과 같이 넓은 분야에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식주(衣食住)분야뿐만이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혹은 세대 간 교류와 통합 분야와 같이 실버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고령층의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고 사회적인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미래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먼저, 고령자들이 남은 생애를 시간을 보내 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좀 더 활기차고 품격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주거공간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병원과 같은 요양원이 아니라 자기 집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반려동물을 준비한 시설도 등장했고,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에는 치매고령층이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개방공간을 구비한 마을도 있다. 그러한 공간은 지역주민들이 서로 오가면서 들를 수 있는 거리에 있어 그곳에서 지역주민들이 고령자들과 함께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단순히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수준을 넘어서서 그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직접 빵을 만들거나 어린이들과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어 자신의 능력, 기술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된 곳도 있다.
고령층이 제일 두려움을 느끼는 분야는 아무래도 ICT 분야와 같은 첨단 기기일 것인데, 이 분야에서도 계속 새로운 시도가 되고 있다. 웨어러블 단말기기가 실버세대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게끔 발전하고 있고 그 사용 방법도 더 쉬워지고 있다. 예를 들면 작은 화면에 손으로 터치하여 텍스트를 입력하는 대신 음성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스피커와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음성으로 기계와 소통하는 기술과 여러 가지 센서를 통해 몸짓이나 표정을 인식하는 기술이 소셜 로봇에 적용되어 홀로 되신 고령자들과 로봇 간 더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게 되고 있다.
로봇 기술이 고령층에 도움을 주는 분야는 이동성을 돕는 외골격 로봇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원래는 공사장에서 무거운 짐을 드는 근로자들을 위해서 개발되었지만 이제는 신체 활동이 어려운 노년층의 생활을 돕는 보조기구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실버세대의 노동을 도와주어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감소하는 노동인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다.
최근 노인의 연령 기준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축복받은 장수의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여러 산업 분야의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 현시점에서 필요한 목소리이다. 늙어서 힘들다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고령층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으로 담아내고, 육체적으로 어려운 분야는 첨단기술로 보완하는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러한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세심한 포용과 관심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법적인 기준을 높이면 사회보장제도, 고용, 공공시설 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전체 사회적인 측면과 노인이 스스로 느끼는 측면에서 장단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엿보일 수 있다. 어느 방향이 맞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인 토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누군가가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것보다는 노화의 다양한 모습과 가능성이 이야기되고, 그런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작은 부분까지 한번 짚고 넘어가는 관심이 필요하다.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작년 65세 이상에 해당하는 '고령 인구'는 2022년보다 46만여 명 늘어난 973만명으로 전체 인구 중 20%에 약간 못 미쳤다. 내년에는 이 비중이 20%를 넘을 것이 거의 확실한데, 이렇게 되면 유엔(UN)이 정한 기준에 따라 한국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사실 장수(長壽)를 꿈꾸는 우리는 큰 축복을 입은 셈이다. 그렇게 너도나도 오래 살게 된 사회가 무엇이 문제일까. 경제 활력이 낮은 것이 오래 사는 축복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가. 물어볼 가치가 없는 질문이다.
늙고 노쇠해서 경제 활력에 걸림돌이 될 거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대신 고령자들의 두둑한 지갑을 열기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실버산업이 발전하고 있고, 이와 동시에 상대적으로 빈곤한 고령자들을 위한 정부 정책이 균형 있게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실버산업은 고령자들을 위한 특화 제품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대상이 고령 인구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늙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연령이 되면 실버산업군에 속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다. 실버산업군의 제품과 서비스는 미래의 노후 생활을 질병 예방이나 수명 연장에 국한하여 좁게 생각하지 않고, 활동적인 노화 과정을 가능하게 하거나 몸이 불편해도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분야에 적용되는 라이프스타일과 같이 넓은 분야에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식주(衣食住)분야뿐만이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혹은 세대 간 교류와 통합 분야와 같이 실버산업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고령층의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고 사회적인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 미래 사회의 바람직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먼저, 고령자들이 남은 생애를 시간을 보내 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좀 더 활기차고 품격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주거공간이 개발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병원과 같은 요양원이 아니라 자기 집에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반려동물을 준비한 시설도 등장했고,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를 먼저 경험한 일본에는 치매고령층이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개방공간을 구비한 마을도 있다. 그러한 공간은 지역주민들이 서로 오가면서 들를 수 있는 거리에 있어 그곳에서 지역주민들이 고령자들과 함께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 단순히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 수준을 넘어서서 그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직접 빵을 만들거나 어린이들과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어 자신의 능력, 기술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업그레이드된 곳도 있다.
고령층이 제일 두려움을 느끼는 분야는 아무래도 ICT 분야와 같은 첨단 기기일 것인데, 이 분야에서도 계속 새로운 시도가 되고 있다. 웨어러블 단말기기가 실버세대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게끔 발전하고 있고 그 사용 방법도 더 쉬워지고 있다. 예를 들면 작은 화면에 손으로 터치하여 텍스트를 입력하는 대신 음성으로 문자를 입력하는 스피커와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전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음성으로 기계와 소통하는 기술과 여러 가지 센서를 통해 몸짓이나 표정을 인식하는 기술이 소셜 로봇에 적용되어 홀로 되신 고령자들과 로봇 간 더 풍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게 되고 있다.
로봇 기술이 고령층에 도움을 주는 분야는 이동성을 돕는 외골격 로봇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원래는 공사장에서 무거운 짐을 드는 근로자들을 위해서 개발되었지만 이제는 신체 활동이 어려운 노년층의 생활을 돕는 보조기구로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실버세대의 노동을 도와주어 고령화 시대를 맞아 감소하는 노동인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고려되고 있다.
최근 노인의 연령 기준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축복받은 장수의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여러 산업 분야의 제품과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 현시점에서 필요한 목소리이다. 늙어서 힘들다고 포기하는 것보다는 고령층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적으로 담아내고, 육체적으로 어려운 분야는 첨단기술로 보완하는 적극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이러한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세심한 포용과 관심도 빠뜨려서는 안 된다. 법적인 기준을 높이면 사회보장제도, 고용, 공공시설 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전체 사회적인 측면과 노인이 스스로 느끼는 측면에서 장단점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생할 가능성도 엿보일 수 있다. 어느 방향이 맞다고 주장하기에 앞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충분한 사회적인 토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누군가가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가는 것보다는 노화의 다양한 모습과 가능성이 이야기되고, 그런 과정에서 소외될 수 있는 작은 부분까지 한번 짚고 넘어가는 관심이 필요하다.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 신성장전략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