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정부가 신분당선 연장구간을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 경기철도 주식회사에 노인·장애인 등의 무임승차 운영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김준영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철도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실보상금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89억9000여 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국토부가 경기철도와 무임승차 방안을 협의하기로 한 협약을 어겼다며 경기철도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정부가 형식적 협의를 진행할 뿐 실질적으로 무임승차 제도 운용 방안에 관해 대안을 제시하는 등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무임승차 운용만을 강요했고 형식적 협의만으로 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경기철도가 입은 손해는 무임 승객 별도 운임을 유료화했을 경우 취득할 수 있었던 운임 상당액"이라며 대한교통학회 용역을 통해 산정된 약 90억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법원은 다만 수익률 달성을 위한 적정 운임과 실제 징수 운임의 차액을 정부가 추가로 보상·지원할 의무가 있다는 경기철도의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상 모든 위험을 정부가 부담하라는 주장"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경기철도는 지난 2009년 12월 국토교통부와 신분당선 연장구간(정자역~광교역)에 대한 설계·건설 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2016년 1월 연장구간 개통 당시 양측은 "초기 5년간 무임수송 제도로 발생하는 손실을 총 이용수요의 5.5% 한도로 보전하고, 6년 차인 2021년 1월 이후로는 협의를 통해 무임승차 운영방안을 결정한다"고 협약했다.

그러나 이후 돌연 국토부가 경기철도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서 양사의 관계가 틀어졌다. 경기철도는 2020년 4월부터 개통 6년 차 이후 무임승차 방안 결정을 위한 협의를 요청했으나 국토부는 공론화 필요와 무임수송 계산방안 연구용역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절했다.

협의가 지연되자 결국 경기철도는 2022년 5월부터 무임승차 대상자(65세 이상 노인·장애인·유공자)에게 일반 요금을 적용하는 운임 변경 신고를 했지만, 이번에도 국토부는 노인·장애인 부담, 지역 수용 가능성 등을 감안해야 한다며 수리를 거부했다.

이에 경기철도는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를 받겠다는 요청도 했지만 이것도 국토부가 거절하자 그해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경기철도는 연장구간 별도 운임이 유료화됐을 경우 종전 무임 승객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수입과 실시협약에서 정한 사업수익률 4.7%를 달성하지 못해 생긴 손실 등을 계산해 국토부에 357억여 원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