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역주행'에…월세 뛰고 전세매물 잠기고 '임대차' 혼란

2024-11-04 17:16
10월 서울·수도권 월세지수 집계 후 최고…"마포구서는 1주일 만에 월세 200 상승"
"주담대 금리 인상 등 규제 기조 이어지며 월세 쏠림 가속화"

서울 도심 전경.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사철인데도 월세나 전세 물량 확보하기가 어려워요. 예년 같으면 인근 단지별로 30평대 월세가 조금씩 나왔는데 최근에 월세 매물 찾기가 어렵다 보니 가격도 9월부터 눈에 띄게 오르는 분위기입니다.”(성동구 성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오히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대차 수요가 월세 시장으로 쏠리고 있다. 수도권 일대 월세 가격이 빠르게 오르면서 전셋값을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나 전세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마포구 하중동의 ‘한강밤섬자이’ 전용 138.08㎡ 매물은 지난달 21일 680만원(보증금 2억원 기준)에 월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달 17일 동일 평형 매물이 같은 보증금에 월세 470만원에 체결된 것과 비교하면 일주일도 안돼 월세 가격이 200만원 이상 뛴 것이다.

같은 단지 동일 평형 매물(보증금 9억2000만원 기준) 역시 지난달 25일 갱신계약이 체결됐는데 기존과 동일한 보증금에 월세가 3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랐다. 
 
하중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전세로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며 월세를 찾는 문의가 이어지는데 매물은 없어 임차인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갱신 계약을 체결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95㎡는 동일한 보증금(5억원)에 기존보다 100만원 이상 오른 월세 450만원에 재계약했다. 아크로리버파크의 경우 지난달에만 전용면적 129㎡ 등 1000만원 이상의 월세 실거래만 3건이 이어졌다. 

성동구 성수동의 주상복합 ‘트리마제’ 140㎡ 매물도 지난달 16일 역시 보증금 13억원 기준 매물이 전 월세 대비 130만원 상승한 730만원에 거래됐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지난 2월부터 점차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달엔 118을 기록하며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통계치를 기록했다. 강남권 11개구(118.2)와 강북 14개구(117.6) 모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수도권 역시 아파트 월세지수가 119.6을 기록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최근 수도권 내 전세 매물도 줄어들며 ‘전세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아파트 실거래가 플랫폼 아실 통계를 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899가구로, 열흘 전(3만1452가구)에 비해 1.8% 줄었다. 자치구 별로는 강서구가 같은 기간 10.7%나 감소했고, 강북구도 9% 가까이 감소했다. 노원구(-6.8%)와 송파구(-4.5%)도 서울 평균을 웃도는 전세 물량 감소를 보였다. 경기와 인천에서도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이 각각 2.7%, 1.7% 줄었다. 

서울 전셋값이 7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월세 가격 상승과 전세 매물 감소가 전셋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나온다. 특히 대출 규제 강화 흐름에 따라 월세 수요가 늘어나는 현상이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실수요자들이 체감하거나 시장에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전세대출의 벽이 높아지다 보니 결국 월세로 전환하려는 실수요가 많아지다 보니 향후 수도권 월세 가격은 더욱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