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 오른 삼성] 메모리 자존심 지켰다

2024-10-31 17:00
3분기 매출 79조1000억원·영업이익 9조1800억원
메모리 실질 이익은 '7조' 추정··· 파운드리 부진·성과급·환율 탓
4분기부터 엔비디아 HBM3E 공급 기대감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83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7.37%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연이은 위기설로 곤욕을 치렀던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주력 사업인 메모리에서 견고한 실적을 내며 선방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매출이 전 분기 대비 70% 이상 급증하는 등 반도체를 포함한 삼성전자 전체 매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 사업에서 4조원에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내면서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

31일 삼성전자는 연결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8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277.37%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9조987억원으로 종전 분기 최대 매출인 2022년 1분기(77조7800억원) 기록을 뛰어넘으면서 연간 최대 매출 경신 가능성을 가시화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매출 29조2700억원, 영업이익 3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매출 증가 폭은 HBM이 70%를 상회했고, 서버용 DDR5가 10% 중반, 서버용 SSD가 30% 중반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다만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환율 영향 등으로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도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DS 부문의 일회성 비용이 전사 영업이익과 시장 컨센서스의 차이보다 더 큰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적자가 1조원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점 등을 감안하면 메모리 사업부의 이익은 최대 7조원에 육박해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올해 3분기 매출 44조9900억원, 영업이익 3조37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44조200억원 대비 2% 증가했다.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와 더불어 프리미엄 TV 판매 증가 덕분이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사이클에서 수요가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대응해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DS 부문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기술 리더십 확보에 집중하고, DX 부문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와 AI 전략 강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큰손’ 고객인 엔비디아의 HBM 퀄(품질) 테스트 통과도 진전이 있었다고 밝혀 연내 납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엔비디아 품질 테스트에 통과했지만 삼성전자는 1년 넘게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엔비디아 납품이 임박했다는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장중 6만원대를 터치하며 한때 ‘5만 전자’를 벗어났으나 이후 소폭 하락하면서 5만9200원에 장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