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의 팩트체크] 물 많이 마시면 몸에 좋다?...과하게 마셨다간 사망 이를 수도

2024-10-24 16:4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몸의 60% 이상이 물로 구성돼 있을 정도로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가장 필수적인 요소다. 적절한 수분 섭취는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고 체온 조절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하루 물 권장 섭취량을 먹어주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필수 요소인 물도 과유불급이다. 몸 건강을 위해 마시던 물도 과하면 오히려 건강은 물론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다. 외국에서는 물을 과다 섭취한 후 사망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온다. 
 
하루 수분 섭취 적정량은?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경우 하루 1.5~2리터의 물 섭취를 권장한다. 이는 하루 8~10잔 정도의 양에 해당한다. 활동량이나 기온 등 개인 상황에 따라 다르며, 음식을 통해서도 수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식사량을 고려해 물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다만,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1시간에 1.4리터, 즉 6잔 이상을 마시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시간당 1.4리터를 마시면 뇌를 비롯해 세포가 붓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과다 섭취하면 어떤 증상이?

물을 짧은 시간에 지나치게 많이 마시게 되면 신장은 과도하게 섭취한 물을 배출하지 못하고 체액이 혈액을 과도하게 희석시켜 나트륨 농도가 급격하게 감소한다. 혈중 나트륨 농도는 135~145밀리당량(mEq/L)이 정상인데, 135밀리당량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저나트륨혈증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뇌 세포 안으로 수분이 이동하게 되면서 뇌도 붓게 된다. 이로 인해 두통, 구역질 등 가벼운 증상을 시작으로 심해지면 정신이상, 의식 장애, 발작 등이 나타나고 아주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게 된다. 

 
[사진=영화 정무문 스틸컷]
수분 과다 섭취로 인한 위험 사례는?

최근 호주에서도 감기를 앓던 한 여성이 물을 많이 마시라는 의사 조언에 따라 과다 섭취했다가 발작을 일으켰고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가 있었다. 당시 그 여성의 나트륨 수치는 100밀리당량이었다. 최소 135밀리당량인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였다.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두 아이의 엄마인 여성이 여행 중 갈증을 느껴 20분 만에 2리터의 물을 한꺼번에 마셨다가 심한 뇌부종을 겪은 후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특히 저나트륨혈증은 1973년 33세 나이로 요절한 '쿵후의 전설' 중국계 미국인 영화배우 故 이소룡(브루스 리)의 사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의 사망 원인으로 '대마초 흡입', '아스피린과 진통제에 대한 과민반응', '열사병' 외 '수분 과다 섭취'가 거론됐었다.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자치대학 의대 연구진은 "이소룡이 특정한 형태의 신장 기능 장애로 사망했다고 가정한다. 알코올과 주스에 기반한 다이어트로 만성 수분 섭취 식단을 유지하다 저나트륨혈증, 뇌부종 등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며 수분 과다 섭취가 사망 원인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입원 환자의 최대 40%에서 발견될 정도로 저나트륨혈증은 빈번하며 건강한 젊은이라도 과도하게 수분을 섭취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과도한 수분 섭취로 죽을 수 있다는 인식을 널리 퍼뜨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 어떻게 마셔야 할까.

물도 제대로 알고 마셔야 몸에 이롭다. 

아침에 마시는 물은 위와 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줘 변비에 도움이 된다. 다만 너무 찬물을 마시면 오히려 혈액순환을 방해할 수 있으니 11~15도의 약간 시원한 정도로 마시는 것이 좋다. 

또 물 대신 다른 음료로 수분을 채우는 경우도 있다. 커피, 녹차 등 음료에는 카페인이 들어있어 이뇨작용을 촉진해 마신 물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킨다. 그러니 이를 마시는 사람들은 물을 더 많이 마셔 수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음료 대신 물을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식사 중이거나 식사 후 너무 많은 양의 물을 마시면 소화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그러니 식사 후 30분 뒤부터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운동 중 물을 마실 때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마시게 되면 위에 부담이 간다. 그러니 자신의 체온보다 차가운 물을 15~20분 간격으로 1컵(200ml) 정도 천천히 마시는 게 좋다. 운동이 끝나고 2시간 정도까지는 조금씩 수분을 섭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