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익사이팅 서울 2]우리옛돌박물관을 찾아서...무덤 주인의 심부름꾼 '동자석'을 아시나요
2024-10-24 14:20
<서울의 블루 플라크, 소울스팟 기행 [2]>
성북 대사관로 언덕 언저리…'옛돌박물관'
드라마 '눈물의 여왕', 해인이 가족 대저택
도심 속 고요한 돌의 정원…비밀 전망대도
성북 대사관로 언덕 언저리…'옛돌박물관'
드라마 '눈물의 여왕', 해인이 가족 대저택
도심 속 고요한 돌의 정원…비밀 전망대도
3살짜리 아이 키에 동그란 얼굴, 가슴에 다소곳이 모은 두 손의 모양이 닮은 돌 한 쌍이 있다. 멀리서 볼 땐 똑같은가 싶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눈, 코, 입 그리고 표정이 각기 다 다르다.
무덤 옆에서 산 자와 죽은 자를 함께 위로하고 무덤 주인의 심부름꾼 역할 등을 했다는 이 돌 이름은 ‘동자석’이다. 16~18세기 서울과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는 왕실과 사대부 무덤에서 주로 발견됐다고 한다.
동자석 무리와 마주한 건 지난 20일 북악산과 한양도성에 둘러싸인 성북동 대사관로 언덕 언저리에서다. 이곳이 바로 '우리옛돌박물관'이다. 박물관이 위치한 골목은 주한 외국 대사 관저가 밀집해 있어 대사관로라는 도로명이 붙었다. 이 골목은 아는 사람만 아는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날은 차가 아닌 두 발로 대사관로 골목을 걸어보기로 했다. 만만치 않은 경사 때문에 걷는 사람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그 덕에 사색을 즐기며 고급 저택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가을철 단풍이 곱다고 소문난 도심 속 사찰 길상사를 지나 겉으로 보면 구멍가게처럼 보이지만 여러 수입 제품을 판매하는 북악슈퍼도 구경하며 길을 올랐다.
K-드라마 '눈물의 여왕'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살아가는 방식의 차이로 소원해진 남자 주인공 백현우와 그의 아내 홍해인이 위기를 함께 극복하며 사랑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극 중에서 이곳 옛돌박물관은 재벌 3세 해인이 가족의 대저택으로 등장했다. 첫 회에 현우가 해인과 말다툼을 벌인 후 어둑한 저녁 홀로 저택을 빠져나오는 장면이 바로 옛돌박물관 입구에서 촬영됐다.
옛돌박물관은 국내외에 흩어져 있던 한국 석조유물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곳으로 2015년 개관했다. 3층으로 이뤄진 실내전시관을 비롯해 자연과 석조유물이 어우러진 야외전시관으로 나뉜다.
특히 ‘돌의 정원’이라고 불리는 야외전시관에선 단돈 3000원에 고려부터 조선시대까지 오랜 세월 한국에서 숨 쉬어 온 다양한 옛돌들을 구경할 수 있다. 문득 도심 속에서 고요를 느끼고 싶다면 방문객이 많지 않은 날 이곳에 들르는 걸 추천한다.
마침 이날 정원에는 아무도 없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돌로 만든 호랑이, 석호 한 쌍이 앉아 있었다. 석호는 조선 후기 궁궐이나 건물 정문에 놓여 잡귀를 막아내는 수호신 역할을 했으며, 온순하고 귀여움을 연상시키는 얼굴을 지닌 점이 특징이다.
석호를 지나치니 사람 형상을 한 수많은 문인·무인석이 짝을 지어 서 있었다. 건장한 남성 몸보다 1.5배 정도 큰 이 돌들은 통일신라부터 조선시대까지 무덤을 지키는 역할을 했다. 조금 더 걸으니 문인·무인석을 작게 줄여 놓은 것 같은 벅수(장승)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벅수는 역신이나 잡귀를 막고 복을 가져다주는 신비로운 힘이 있다고 여겨진다.
문인·무인석, 벅수, 그리고 동자승까지 그 생김새는 수더분하고 익살스럽기까지 했다. 활짝 웃거나 미소를 띠기도 하고, 억울한 듯 울상을 짓는 표정 등 다양한 표정 하나하나에서 한국 특유의 미와 해학을 느낄 수 있었다.
입구부터 옛돌을 하나하나 살피며 1시간 정도 돌의 정원을 걸으니 길 끝에 명품 전망대가 나타났다. 키가 작은 사람을 배려한 건지 올라설 수 있는 돌 받침 하나가 놓여 있고, 그곳에 올라서 보니 저 멀리 잠실 롯데타워까지 선명하게 보였다. 해가 짧아진 주말 박물관 마감 시간인 6시에 맞춰 이곳에 오면 일몰까지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 오래가게>‘나폴레옹 제과점’
우리엿돌박물관 마감을 알리는 안내 소리에 밖으로 나가니 한성대입구역까지 가는 02번 초록색 마을버스가 맞춰 서 있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역까지 내려오니 그곳엔 1968년 문을 연 나폴레옹제과점 성북본점이 있었다. 이 빵집은 맛과 전통을 차치하고라도 성북동 부촌에 있어 그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서울 3대 빵집으로 유명한 이곳은 마감까지 2시간 남았지만 여러 진열대가 비어 있을 정도였다. 종업원들은 빵을 채우느라 분주했고 늦은 시간까지 빵 맛을 보러 들른 사람들로 매장이 붐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