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뱃사람] 10명 중 4명은 老선원…'해양 강국' 위기

2024-10-23 06:00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바다 위 배에서 일하는 항해사, 기관사 등 직종을 일컫는 해기사 10명 중 4명이 60대 이상으로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가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해기사 일자리 창출 등 맞춤형 해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의 '2024 한국선원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취업 선원수는 3만587명으로 지난 2016년(3만5685명) 대비 14.3% 감소했다.

이 중 해기사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6년 2만1697명이던 해기사(승선원, 예비원 포함)는 2023년 2만61명으로 7.5% 줄었다. 

문제는 전체 해기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60대 이상 고령이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 전체 취업 해기사 가운데 8198명(40.9%)이 60세 이상이다. 25세 미만 해기사는 1133명(5.6%), 25~29세 2073명(10.3%), 30대 2536명(12.6%), 40대는 2170명(10.8%)에 불과했다.

해양 관련 교육을 받는 졸업생조차도 해기사 대신 다른 길을 선택하는 비중이 늘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해양 관련 학교 졸업생 관련 분야 취업 현황'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이후 우리나라 17개 해양·수산계 고등학교·대학교 졸업생 5109명 중 1867명(36.5%)이 해기사 등을 선택하지 않고 포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우리나라 17개 해양·수산계 고등학교·대학교 가운데 13개 해양·수산계 고교·대학을 졸업한 1602명 중 해기사 등으로 취업한 졸업생은 고작 342명(21.3%)에 불과했다. 고령 해기사의 퇴직과 젊은 인력 유입 부족 등으로 국내 해기사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해기사 인력 부족으로 2032년 국내 선사 외항상선 1541척(예상치) 중 약 58%인 898척은 원활한 운항이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근로소득 비과세 확대 등을 포함한 선원 일자리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선원의 근로 조건 개선에 나섰다. 해수부는 현재 78% 수준인 신규 인력 5년 내 이직률을 2030년까지 50% 이하로 낮추고 외항상선 가용 인력을 9000명에서 1만2000명까지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최근 항해사, 기관사 등 해기사 1~6급 면허 승급 시 필요한 승무 경력기간을 대폭 단축한 것도 그 일환이다. 해수부는 해기사 직종별 면허 취득에 필요한 승무 경력기간을 '선원의 훈련·자격증명 및 당직 근무의 기준에 관한 국제협약(STCW)' 수준에 부합하도록 조정했다. 

다만 더 세밀한 타깃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대림 의원은 "정부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30대·40대 퇴직자들이 전문적인 해기사 교육을 받은 후 우리나라 해양산업을 이끌 인력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인력 수급 체계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