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베트남, EPR 시행 5년차…재활용 산업 인프라·시민의식 등 과제

2024-10-24 06:00
2050년 넷제로 위해 재활용 시스템 투자 필요

재활용을 위한 베트남 내 플라스틱 폐기물 수집장 [사진=베트남통신사]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 개발이라는 화두가 부각되는 가운데 재활용 산업은 경제 발전과 환경 보호 전략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재활용업계 역시 2020년 환경보호법 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정책 시행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베트남 정부는 녹색 전환을 추진하면서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내건 가운데 이는 베트남 재활용업계의 발전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내 재활용을 위한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모습 [사진=베트남통신사]

 

EPR 정책의 기회


EPR 정책은 제조업체가 설계, 생산, 소비, 폐기에 이르기까지 제품 수명 주기 전체에 걸쳐 환경적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환경 오염을 줄이기 위한 법적 도구일 뿐만 아니라 재활용 가치 사슬에 참여하는 기업에게 큰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관련 기업들은 재활용 기술에 투자하고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개발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EPR은 제품과 포장의 재활용을 촉진해 재활용 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한다. 베트남은 제조업체들이 재활용 활동을 위해 베트남 환경 보호 기금에 기부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재활용 기업의 비용 부담을 줄이고 많은 중소기업의 참여를 장려했다.


이에 베트남포장재활용연합(프로베트남)은 2024년에 약 6만4000톤(t)의 포장재를 수집하고 재활용하기로 약속했다. 프로베트남의 쭈티낌타인 대표는 "이 동맹이 효과적인 수집 및 재활용 모델을 구축하여 재활용 산업의 발전 잠재력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재활용 기업 주이떤 리사이클링의 레아인 지속 가능 개발 이사는 자체 재활용 라인 '보틀 투 보틀(Bottle to Bottle)'이 오래된 플라스틱 병을 새로운 재료로 재활용하여 국내 및 수출용 플라스틱 병을 생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언급했다.

베트남 까마우시 폐기물 처리장 [사진=베트남통신사]



 

EPR 정책이 주는 과제


이처럼 EPR 정책은 재활용업계에 많은 기회를 열어주지만 과제도 만만치 않다. 첫째는 폐기물을 원천적으로 수집하고 분류하는 문제다.

폐기물을 분류하는 것은 재활용 플라스틱의 품질을 보장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베트남에서는 여전히 분류에 많은 한계가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종종 다른 유형의 폐기물과 혼합되어 분류 및 처리 비용이 증가하고 재활용 효율성이 저하된다.

그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폐기물 수집 및 분류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폐기물 분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특히 시골과 도시 지역 모두에서 여전히 낮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폐기물 분류를 장려하고 유도하는 정책이 더욱 강력하고 단호하게 시행되어야 한다.

또 다른 주요 과제는 기술과 비용이다. 현대적 재활용 라인에 대한 투자 비용은 높은 반면, 베트남의 중소 규모 재활용 기업은 주로 오래된 기술을 사용하므로 비효율적이고 환경 오염을 유발한다.

응우옌테찐 베트남 천연자원 및 환경정책 전략연구소 전 소장은 현대적이며 환경친화적인 재활용 기술만이 정부의 EPR 정책과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 제고라는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소기업이 정부와 국제기구로부터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받지 않으면 기술 향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EPR 정책이 도입되고 법제화되었으나 실제 시행은 여전히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사용 후 제품을 수집하고 재활용하는 책임에 대한 규정이 기업 간에 균등하게 적용되지 않고, 관리 및 모니터링 시스템도 미비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레아인 이사는 "폐기물 수집 및 분류의 중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교육과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보다 현대적인 폐기물 수집 및 분류,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니레버 베트남(Unilever Vietnam)이 베트남 재활용 선도기업과 협력해 시행한 ‘플라스틱 폐기물 살리기’ 프로그램 [사진=베트남통신사]

 

기업과 정부 간 협력 필요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EPR 및 녹색 전환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베트남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의 선두 기업 중 하나인 주이떤 리사이클링은 매일 수백t의 플라스틱을 재활용할 뿐만 아니라 재활용 플라스틱 생산량의 60%를 해외로 수출한다.

유니레버 베트남도 EPR 정책 실행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제품 포장에 순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 플라스틱 사용을 늘렸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환경 정책 시행은 회사가 환경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친근하고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도 기여한다. 

재활용을 촉진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기업과 정부 간 협력이다. 포장 수집 및 재활용 분야에서 효과적인 협력을 보여준 예로 평가받는 프로베트남은 소비자, 포장 및 소매 산업 대기업을 통합하여 효과적인 수집 시스템을 구축했다.

베트남은 여러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춰 녹색 전환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삼아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환경 정책이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베트남 정부의 지원과 함께 여러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탄소 배출권 교환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도 베트남 기업들이 국제 시장에 접근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도록 돕는 중요한 요소이다.  

베트남의 재활용 산업은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EPR 정책은 명확한 법적 틀이 마련됐으며 기업이 재활용 가치 사슬에 참여할 수 있는 큰 기회를 열었다. 따라서 앞으로 폐기물을 원천적으로 수집 및 분류하는 것부터 기술을 업그레이드하고 재활용 인프라를 개선한다면 재활용 산업의 발전이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