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칼럼] '병역기피' 국적 포기자의 입국 시도, 국민에 대한 도발이다
2024-10-24 17:01
국내에서 톱 가수로 활동하던 유승준은 2002년 입대를 앞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대한민국 국적을 버리고 ‘스티브 유’라는 미국 시민이 되어 국민적 공분을 샀다. 신체 건장한 유명 연예인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인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려고 국적을 포기함으로써 우리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 교육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런 사람이 잊혀질 만하면 언론에 등장하여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외국에서 공연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스티브 유는 LA 총영사관에 2015년에 1차에 이어 2020년에 2차 입국 비자를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소송을 제기하여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하기도 했다. 그는 2001년 8월 징병검사를 받을 때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2002년 1월 공연을 이유로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 출국한 후 바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서 국민을 기만했다. 그 이후 LA 총영사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면서 대한민국에 적대감을 가지고 비방하는 행위 등을 했다. 그는 이번에 3차 입국 비자 신청도 거부당하자 변호사를 통해 “인권침해일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반발했다고 한다. 스티브 유는 인권과 법치주의를 주장하기에 앞서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사람으로서 우리 국민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LA 총영사관이 스티브 유에게 비자 발급을 거부한 이유는 ‘대한민국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 외교관계 등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화된 시대에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이 타국에서 활약하는 것은 흔한 현상이 되었다. K-팝(pop) 그룹의 멤버로 외국 연예인들이 소속되어 있고, 외국인 멤버로만 이루어진 그룹도 있다. K-pop의 초기에 합류한 멤버들은 대부분 한국계 해외교포들이었으나, K-pop이 글로벌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혼혈 멤버들이 가세하게 되었으며, 멤버가 모두 외국인으로만 구성된 그룹도 있는데, 이들은 한국 문화를 세계에 확산시키면서 대한민국에 기여하고 있다.
K-pop계에 외국인들이 국내 그룹에 들어와 활약하는 경우가 많듯이 체육계에도 대한민국으로 귀화하여 활동하는 선수들이 있고, 그중에는 대한민국의 국가대표 선수로 성장한 선수들도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쇼트트랙이나 태권도, 양궁 및 축구 선수 출신으로서 해외에서 활약하는 인사들도 많다. 하지만 쇼트트랙계의 파벌 갈등으로 한국을 떠난 안현수 선수는 2006년 토리노 동계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여 병역 면제 특례 혜택을 받고, 2011년에 올림픽 금메달 연금 4년 치를 일시불로 수령하고 러시아로 귀화하여 ‘빅토르 안’이 되었다. 빅토르 안은 본인의 노력으로 정당하게 병역 면제 특례 혜택을 받아서 스티브 유와 같은 비난은 피할 수 있었다. 또한 병역 기피 논란이 있었던 가수 싸이는 대한민국을 등졌던 스티브 유와 대비되는 마무리를 했다. 싸이는 편법으로 병역 특례 지정을 받아 산업기능요원으로 군 대체 복무를 마쳤지만 병역법 위반으로 지탄을 받자 속죄하고 다시 현역 복무를 마쳤다.
남북이 분단되어 적대적 국가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병역의무 기피는 국민으로서 심각한 결격 사유이다. 병역 자원이 충분하던 시절에는 편법적 방법으로 병역의무를 면제받고 훗날 장관 등 고위 공직 등에 오른 사람들도 있었다. 병역 자원이 부족한 오늘날에도 연예계와 스포츠계에 각종 희귀질환으로 병역을 면제받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병역을 면제받은 진짜 이유가 희귀병 때문인지 아니면 돈벌이와 고시 공부를 계속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그들 자신은 알고 있을 것이다. 징병검사에서 신체 등급은 1급부터 7급까지 분류하고, 1~2급은 현역, 3급은 사회복무요원으로 보충역 근무, 4~7급은 병역을 면제받지만, 4급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 복무가 가능하다. 병역 면제 사유에는 신체질환, 정신질환, 고학력 및 사회적 기여, 기타 사유가 있다. 병역 대상 자원이 부족해진 요즘 일상생활을 무난하게 하고 있거나 고시 공부 등에 매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전투병과는 아니라도 전투지원병과에서 복무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스티브 유에 대하여 세 차례나 입국 비자를 거부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동정론도 있다. 그는 한때 조국이었던 나라에 20년 이상 입국을 거부당함으로써 이미 처벌받은 거나 다름없다고 옹호하거나,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 중에 병역 의무를 기피한 사람들을 용인하면서 스티브 유에게만 가혹한 조치를 내리는 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 또 다른 스티브 유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선처를 베푸는 선례를 만들면 안된다. 또한 스티브 유가 국내의 친지를 만나기 위해 입국하려면 비영리단기(C) 비자, 즉 관광 비자를 신청할 수도 있는데, 굳이 재외동포(F-4) 비자를 고집하는 것은 영리활동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므로 더욱더 허용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스티브 유처럼 병역 의무를 기피하기 위해 조국을 등진 사람은 대한민국 국민의 안보 의식에 해를 끼쳤다. 그는 병역의무 대상자에게는 박탈감을 주었고, 청소년들에게는 준법 의식을 약화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이 된 그에게 외교부가 국제법에 따라 비자를 발급할 수밖에 없다면,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국민정서법」으로라도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도발은 무력도발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도발에도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