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야당의 탄핵 카드…'징치'할 기회는 남겨야

2024-10-22 06:00

[사진=신진영 아주경제 정치팀 기자]
"말해도 안 되면 '징치(懲治·징계해 다스림)'해야 하고,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16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인천 강화군에서 한 말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여권에선 발끈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대표 발언은 대의민주주의의 일반적인 원리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 후 당 지도부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종종 탄핵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왔다.

여의도에서 윤 대통령이 '심리적 탄핵'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이 나온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 지지율이 20%대에서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탄핵이라는 '실탄'이 너무 쉽게 거론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온 지 오래다. 지난 21대 국회 때부터 민주당은 검사 탄핵을 시작했다. 이 대표 관련 의혹 수사를 한 검사들을 대상으로 해 여당 측에서 '방탄'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 결과가 무혐의로 나오면서 민주당에 또다시 명분이 생겼다.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이 필요하단 말도 나왔다.

그러나 탄핵은 쉬운 일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법 48조에 따르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감사원장 등 그 밖에 법률에서 정한 공무원이 직무집행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경우에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 다만 헌법과 법률을 '중대하게' 위반해야 하고, 직접 증거로 확인될 필요가 있다. 한 민주당 인사는 "최순실 국정 농단 때는 증거가 차고 넘쳤다"며 "태블릿PC에 국무회의에 보고되지 않은 1급 비밀이 150건이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탄핵을 하기 어려운 상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 사건은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 출석으로 심리해야 한다. 탄핵이 인용되려면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 인용이 필요하다. 지난 17일로 임기가 끝난 국회 추천 몫 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탄핵을 거론하는 것은 정부에 날리는 경고성 메시지라는 얘기다. 

여야 간 탄핵으로 무의미한 감정적인 대립을 이어가선 안 된다. 탄핵은 정부·여당에 맞서는 야당의 마지막 카드다. 이 대표 말마따나 '징치할 기회'는 남겨놔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