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두? 야 나두" 줄줄이 빠져나간 정무위 국감 증인들

2024-10-19 09:00
일반 증인 참석률 금융위 50%·금감원 22%
종감 호출도 부회장·부행장·이사로 격 낮춰

[사진=연합뉴스]
제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출석이 예고된 주요 증인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정무위는 금융당국 국감에 13명의 증인을 불렀으나, 실제 참석한 증인은 단 4명에 불과했다. 오는 24일 열릴 종합감사에서도 최고경영자(CEO) 대신 2인자들이 대거 출석하기로 하면서 첫 국감에 대한 기대와는 달리, '맹탕 국감'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는 금융당국 국정감사 금융 증인·참고인으로 총 13명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실제 참석한 증인은 4명에 불과했다. 3명 중 1명꼴로 참석한 셈이다. 지난 10일 열린 금융위 국감에선 요청 인원(4명)의 절반(2명)만 참석했고, 17일 열린 금감원 국감에서는 출석을 요구받은 9명의 증인 중 2명만 국회를 찾았다.

더욱이 24일 금융당국 종감에 출석할 증인도 최고경영자(CEO)급에서 부책임자급으로 격하됐다.

정무위는 지난달 30일 전체회의 의결 전 종감에 참석할 증인으로 △정신아 카카오 대표(카카오뱅크 주택담보대출 문제) △김윤식 신협중앙회장(신협 임직원 퇴직금 부정지급)을 고려했다. 또 국감을 진행하면서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인도네시아 해외투자 손실)과 최윤 OK금융그룹 회장(대규모 임원 겸임) 등도 함께 불러 신문을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최종 의결 과정을 거치면서 종감 증인은 △강남채 KB국민은행 부행장 △피터 알덴우드 애플코리아 대표 △김인환 OK금융 부회장 △우욱현 신협중앙회 관리이사 등으로 결정됐다.

이들의 출석이 불발된 건 대부분 해당 증인·참고인의 출석을 요청했던 상임위원들이 증인 심사 전 출석 요구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여야 상임위원들은 국감 전 출석이 필요한 증인·참고인을 신청하고, 여야 간사 간 협의를 통해 국감 전 최종 증인을 의결한다. 위원들은 국민을 대표해 증인과 소속 기업·기관을 향해 사회적·경제적 영향이 큰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와 문제 해결에 대한 답변을 요구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22대 첫 국회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과는 다르게 국감을 통해 추가적인 사실 검증과 의혹 해소가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10일 금융위 국감 증인에서 빠진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농협은행 내 금융사고와 지배구조 관련 의혹 해소가 필요했다. 농협은행에서는 올해 공시된 금융사고만 4건에 달하고, 금감원에서는 내부통제 실패의 원인으로 농협중앙회·농협금융과 연결된 인사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도 지난 17일 불법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신문이 예정돼 있었지만, 직전 국감장 출석을 피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8월 2년에 걸쳐 4000만명이 넘는 개인신용정보를 이용자 동의 없이 제3자인 중국 알리페이에 제공한 바 있다.

국민적 관심이 큰 국감에서 기업의 잘못을 따져 물었을 때 시정 효과가 확실하다는 점에서 '맹탕 국감'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국감의 (출석 요구) 강도를 고려할 땐 이번 정무위의 관심사가 금융에 크지 않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면서 "금융 현안 질의가 아닌 질의로 국감이 채워지는 것도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