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선의 D-story] 북·러 군사동맹 격상 속 주중대사 역할론 기대
2024-10-16 07:00
尹 대통령, 14일 신임 주중대사로 김대기 전 비서실장 내정
한·미·일뿐만 아니라 한·중, 한·러 관계 개선에도 힘 실어야
한·미·일뿐만 아니라 한·중, 한·러 관계 개선에도 힘 실어야
최근 남북 간 대립으로 한반도 안보가 위협 받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 동맹 수준으로 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이 비준 초읽기에 들어갔다. 조약에는 쌍방 중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다른 쪽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만약 북한이 공격을 받을 경우 러시아가 북한 편에 서서 군사적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북한이 지난 6월 체결한 '북·러 조약' 비준에 관한 법안을 하원(국가두마)에 제출했다. 타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은 "2024년 6월 19일 평양에서 체결된 러시아 연방과 북한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비준한다"는 내용의 법안이 이날 하원 전자 데이터베이스에 게시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탄약 등 무기가 필요해지자 북한과 지속적으로 무기 거래, 군사 협력 등으로 관계를 강화하며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북한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을 지원할 병력을 파병했다는 주장도 우크라이나 측에서 나왔다.
북한 또한 러시아와의 밀착 행보를 더욱 드러내는 모양새다. 동시에 북한은 최근 러시아보다도 관계를 끈끈하게 유지했던 중국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 등으로 충분한 경제적 이득을 얻자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중국이 대(對)한반도 정책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강조하며 남북 등거리 외교를 펼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소극적인 입장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고 있는 틈을 타 한·중 관계를 개선시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중국 당국의 '건설적 역할'을 재차 강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도발, 쓰레기 풍선 살포에 이어 '남측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를 주장하며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 속에 공석이었던 주중대사 자리에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내정됐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1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김 내정자는) 윤석열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역임하는 등 폭넓은 국정 경험을 갖춘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라며 "오랜 기간 경제부처에서 근무하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무역 갈등 해소 등 중국과 경제 협력 사업을 추진한 정책 경험이 풍부하다"고 소개했다.
내년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1년 만에 방한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한·중 소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윤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는 중량급 인사를 배치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 한·중은 고위급 인사가 꾸준히 방한하는 등 관계를 활성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7월 서울에서 마자오쉬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한·중 관계, 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올해 들어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교류·협력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평가하기도 했다. 또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과 북·러 밀착이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이르며 안보 위협이 극에 달한 상황인 만큼, 우리 정부는 어느 때보다도 '외교'에 힘을 실어야 한다. 기존 한·미·일 협력에 이어 한·중, 한·러 관계 개선도 더욱 중요해진 시점이다.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도록 북한과 그나마 소통하는 중·러와의 관계를 잘 다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