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한강 노벨문학상에 日뜨거운 관심…'기생충', 'BTS'에서 'K-문학'으로
2024-10-17 06:00
'82년생 김지영' 돌풍으로 日 내 한국 문학 팬 증가
한·일 관계 악화 시기에도 견고한 팬층 유지해 와
"한강 작품은 이미 인기, 독자층 더욱 넓어질 것"
한·일 관계 악화 시기에도 견고한 팬층 유지해 와
"한강 작품은 이미 인기, 독자층 더욱 넓어질 것"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자 ‘출판 대국’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들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기생충’과 케이팝(K-POP) 등 한류 문화가 세계를 석권 중인 가운데 ‘K-문학’이라 불리는 한국 문학도 조명받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한국 문학은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기 전부터 견고한 팬층을 형성해 왔다. 특히 2018년 연말 출판사 ‘치쿠마쇼보’에서 한국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번역되어 발간되자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출간 즉시 일본 내 최대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 재팬의 아시아문학 부문 베스트 1위에 올랐고, 출간 나흘 만인 12일에 3쇄 인쇄에 돌입했다.
한국 문학은 한·일 관계가 악화했던 시기에도 서점 명당 자리를 당당히 꿰차며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문재인 정권 시기에는 독자들을 현혹하는 ‘혐한책’이 일본 내에서 한창 유행했는데, 이 시기에도 이웃 국가의 ‘진짜 얼굴’을 알 필요가 있다며 한국 문학 페어를 연 서점이 적지 않았다.
같은 해 가을 호 잡지 ‘문예’는 ‘한국 페미니즘’ 특집으로 꾸려졌는데, 1933년 창간 이래 86년 만에 3쇄를 찍었다. 문예지의 증쇄는 매우 이례적인 일로, 당시 출판 업계 관계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러한 가운데 한강의 아시아 첫 여성 작가로서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본에선 마치 자국의 경사인 양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이 연일 비중 있게 소식을 전하고 있는 가운데 아사히신문은 13일 사설을 통해 “일본에서도 한국 문학 인기는 높아지고 있는데 그 흐름을 견인해 온 작가 중 한 명이 한강”이라고 소개했다. 함께 실은 전문가 대담 기사에서는 한강이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이후 일본에서 번역서가 많이 출간되고 있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또한 “1970년대생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처음”이라며 “쾌거”라고 평한 내용을 전했다.
일본 문학팬, 평론가, 번역가들도 한강의 수상에 대해 “‘약자’에게 깊은 시선을 보내는 보편적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짚으며 기쁨을 나누는 분위기다.
문예평론가 가와무라 미나토씨는 “한강 작품은 일본에서 동세대 젊은층에게 사랑받아 왔었는데, 이번 수상으로 더욱 독자층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와무라씨는 “한국 남성 작가가 사회적 문제를 큰 관점에서 그리는 데 반해, 한강은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 등에서 역사 속에서 살아있는 인간을 ‘여성, 아이’의 관점을 통해 환상적으로 그렸다”고 평가했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씨는 “한강 작가는 오랜 시간 고통을 견뎌 온 역사를 가진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학 토양 속에서 태어난 뛰어난 결정체”라고 평했다. 또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김훈아씨는 한강에 대해 “자신의 몸을 깎아가며 쓴 듯한 작품이 많은데 앞으로 더 길게 작품 활동을 해 주길 바란다”고 애정어린 소감을 밝혔다.
작가 한강의 작품은 이미 다수가 일본어로 번역되어 일본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도 올해 봄 출간되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 문학을 주로 취급하는 출판사 ‘쿠온’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이미 2만부가 간행됐다. 한강 작품은 현재 일본에서도 재고가 대부분 팔려 서점에서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 올 하반기 일본 출판계는 ‘한강 바람’이 휩쓸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