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의 온도] 회사 비품 반출·근무중 다단계 '투잡'…직장인 '소확횡' 위법일까?
2024-10-11 06:00
# A씨의 회사는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자동차 회사로, 근로자들에게 업무에 사용할 적정량의 목장갑을 자율적으로 수령해가도록 하고 있었다. 그런데 A씨는 업무에 필요한 양보다 훨씬 많은 목장갑을 매달 가져갔는데, 그가 이렇게 가져간 목장갑은 총 100~120켤레에 달했다. 목장갑의 가격은 약 2만~5만원 정도였다.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회사는 A씨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 영업사원 D씨는 외근 활동이 많다는 직무 특성을 이용해 회사 아침 조회가 끝나면 집으로 귀가해 쉬는 등의 행위를 반복했다. 회사 감사 결과 D씨가 근무시간 중 자택에 체류한 시간은 일 평균 3시간46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는 '근무시간 중 사적행위 금지' 지침을 여러 번 공지했지만 D씨의 자택 체류 행위가 계속되자 D씨를 해고 처분했다.
직장 내 '소확횡'이 꾸준히 문제가 되고 있다. 소확횡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횡령'의 줄임말로 회사 비품 등을 직원이 따로 가져가 개인적으로 쓰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말 그대로 '소소해서' 용인되는 관행이나 장난처럼 간주되지만 원칙적으로 위법 행위에 해당하며 회사 규칙에 따라 징계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법원 역시 '소확횡'에 대해 형사처벌하거나, 회사의 징계 처분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전북 익산시에 있는 한 공장에서 일하던 직원 B씨가 회사 소유의 130여만원 상당의 공구들을 공장 외부로 가져가려다 회사에 발각된 사건에서도 법원은 절도죄로 기소된 B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회사 업무용 차량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례도 있다. 택시회사 소속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C씨는 약 5개월 간 운휴일에 택시를 무단으로 사용해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C씨는 "징계처분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을 맡은 대전지법 행정2부는 "회사가 여러 차례 소속 택시기사들에게 '비번일에 법인택시를 개인적 용도로 운행하지 말 것'을 지시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C씨가 비번일에 총 22회에 걸쳐 법인택시를 개인적 용도로 운행한 행위가 정당화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농협중앙회 직원 E씨는 근무 중 동료 직원들에게 다단계 판매를 하다가 적발돼 해고됐다. 재판부는 "E씨가 농협중앙회에 직접적으로 중대한 손해를 일으켰다고 볼 순 없지만 기업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며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