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아랍국들, 이란과 휴전 비밀회담 시작…헤즈볼라 '휴전지지' 언급"

2024-10-09 13:36
이스라엘·헤즈볼라 휴전협상 가능성에 국제유가 4%대 급락

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으로 발생한 연기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UPI·연합뉴스]

미국과 아랍국가들이 중동 지역 모든 전선에서 휴전을 목표로 이란과 물밑 협상에 들어갔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휴전 협상에 여지를 두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국제유가가 4% 넘게 급락했다.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8일(현지시간) 자국 채널12 방송을 인용해 “미국과 아랍국가들이 중동 지역 모든 전선의 휴전을 위해 이란과 비밀 회담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채널12는 이스라엘이 현재 이 회담에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고위 당국자들이 이에 대한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한 고위 당국자는 “우리는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휴전은 우리의 조건에 따라야 한다”며 “여기에는 (레바논 남부) 리타니강 너머로 (헤즈볼라를) 철수시키고 국경 근처 지역의 모든 헤즈볼라 군사기지를 해체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언급했다.
 
채널12는 미국·아랍국과 이란의 물밑 협상이 가자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불분명하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인질 협상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계속 싸우기를 원하고, 하마스는 이스라엘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헤즈볼라는 그간 제시해온 선결 조건을 언급하지 않은 채 휴전 협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이날 영상 연설을 통해 나비 베리 레바논 의회 의장이 휴전이라는 명목으로 진행하는 정치 활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카셈은 “휴전이 성사되고 외교의 장이 열리면 다른 세부 사항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카셈의 발언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휴전 없이는 군사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던 기존의 입장이 변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휴전 협상에 여지를 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레바논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헤즈볼라가 시아파가 주로 거주하는 레바논 남부에서 피란민이 대거 발생하는 등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압력을 견디기 어려워 입장을 수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휴전 협상 가능성이 나오자 중동 긴장 악화에 치솟았던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이날 배럴당 77.18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75달러(-4.63%)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73.57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57달러(-4.63%) 떨어졌다.
 
휴전 협상 가능성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반미·반이스라엘 무장세력)’의 갈등 고조로 중동 확전 위기 속에 나왔다. 이스라엘은 최근 자국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탄도 미사일 발사에 맞서 이란 석유시설 공습 등 재보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벌이는 전쟁이 지난 7일로 1년을 맞은 상황에서 최근 헤즈볼라로 전선을 확대해 지상전까지 감행하고 있다. 헤즈볼라, 하마스와 함께 저항의 축 일원인 예멘의 후티 반군, 이라크이슬람저항군(IRI)도 이스라엘을 공격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유엔은 긴장 완화를 위해 이스라엘에 휴전을 압박하고 있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아랑곳않고 군사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휴전 및 인질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미국 등 서방이 최근 제시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3주 휴전안도 표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