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무원연금공단 퇴직한 고위 공무원, 줄줄이 자회사 골프장 재취업 논란

2024-10-07 16:57
16명 중 13명 취업…업무 무관한 인사
상록리조트 전 대표 '갑질' 드러났지만
해임까지 10개월…복리후생까지 챙겨

[사진=공무원연금공단]


공무원연금공단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퇴직 후 줄줄이 공단 자회사인 상록골프앤리조트(상록리조트)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직 공무원들의 재취업 편의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비례대표)이 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4급 이상 고위직의 유관기업 취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5년 동안 퇴직한 16명 중 13명이 상록리조트에 취업했다.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상록리조트의 대표이사를 포함해 5명 상임이사 중 4명이 공단 출신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임이사 자리에서 공단 출신 2명이 빠졌는데, 그 자리는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부산광역시 고위직 출신이 채웠다.

공단은 공무원 복리를 증진하고 건전한 여가 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천안·화성·남원·김해 등에 골프장인 상록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수년간 공단의 자회사인 상록리조트의 낙하산 인사 의혹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공단 고위직 퇴직자들을 상대로 재취업을 위한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록리조트에 취업한 공단 출신 고위직 공무원들은 골프장이나 숙박업 경영과는 무관한 공단에서 주택사업실, 인사법무실, 재해보상실, 정보화전략실 등에서 근무한 것으로 파악됐다.

용 의원은 “공무원들의 연금보험료 기금으로 운영되는 공단이 굳이 숙박 및 골프업 민간 자회사를 운영할 필요가 있는지 별도 논의하더라도, 적어도 업종에 맞는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경영을 맡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상록리조트 화성지부의 김 모 전 대표가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는 등 해임할 정도의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감사 과정에서 드러났음에도, 공단과 상록리조트가 징계를 미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화성 상록리조트에서 식당을 임대해 운영하는 업체 직원 한 명은 지난 2022년 5월 2일 공단 감사실로 김 모 전 대표를 신고했다. 직원의 진술에 따르면 김 모 전 대표는 술에 취해 협박하고 숟가락통을 집어던지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또 300만원을 차용한 후 변제를 거부한 일 등이 있었다.

신고 이후 화성지부 본사에 해당하는 상록리조트는 같은 해 5월 4일부터 10일까지, 공단은 5월 13일까지 현장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300만원 차용 사실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 평소 욕설과 고성을 일삼고 수탁 직원에게 과도한 접대를 요구하는 등의 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김 전 대표에 대한 해임 결정은 다음 해 3월 31일이 돼서야 주주총회에서 결론이 났다. 비위 사실을 확인한 날로부터 대략 10개월이 지난 시점으로, 김 전 대표는 해임 결정까지 1억원 수준의 연봉과 자녀학자금 지원 등 복리후생을 누리며 대표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용 의원은 “전년도 5월에 확인한 심각한 비위 행위 징계를 10개월 가까이 미룬 이유는 누가 봐도 ‘봐주기’ 힘이 작용한 결과”라며 “김 전 대표의 채용을 결정한 공단 출신 상록리조트 대표와 김 모 전 대표의 사적 친밀성, 설립 이후 공단 출신 인사로만 채워진 상록리조트 대표에 대한 공단 봐주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김동극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7일 열린 행안위 국정감사 자리에서 김 전 대표의 해임이 10개월 정도 지연된 것에 대해 묻는 용 의원의 질문에 "조속히 조치 했어야 하는데 왜 그렇게 늦어졌는지 모르겠다"라면서도 "공단 임원 구성은 조치를 이미 조치를 취해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