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일 '보조금' 수십조원 퍼주는데··· 한국은 0원

2024-10-07 08:14
한경협 '주요국 첨단산업별 대표기업 지원정책 비교'
"정부,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지원 강화해야"

한국 첨단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원이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해당하는 반도체, 이차전지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 지원강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7일 발표한 ‘주요국 첨단산업별 대표기업 지원정책 비교’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반도체와 이차전지에 대한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국의 지원 수준은 매우 미흡하다고 했다.  

한경협은 “최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이어 주요국들이 산업정책을 강화하면서 우리 기업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며 “성장잠재력 하락세가 매우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어 “경쟁국들이 민관 협력을 크게 강화하는 반면, 우리의 산업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국가·산업별 대표기업 자국 보조금 규모 및 매출액 대비 보조금 비율. [자료=한경협]

합경협에 따르면 미국은 2022년 ‘칩스법’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자국 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해 인텔에 보조금 85억달러를 지원 계획도 발표했다. 반도체 산업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와 함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도 강화했다.

중국 역시 자국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인 SMIC에 보조금 2억7000만달러를 지급하는 등 대규모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 재부흥을 목적으로 연합 반도체 기업인 라피더스 설립에 63억달러가 넘는 보조금을 이미 투입했다. 최근 일본 경제산업성은 추가 지원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북미에서 생산된 부품이 포함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며 이차전지 생산을 자국으로 유도한다.

중국은 1980년 제8차 5개년 계획에 이차전지 산업을 포함해 지원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인 배터리업체 CATL에 2011년 설립 당시부터 각종 지원을 이어왔고, 보조금 지급 범위를 전고체 배터리 개발로 확대했다. 일본도 도요타에 보조금 8억5000만달러 규모의 연구개발 보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에 대한 보조금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이는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한경협의 지적이다. 이에 한국 반도체와 이차전지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왔지만, 최근 경쟁국들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그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이차전지 3사(LG에너지솔루션· SK 온· 삼성SDI )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지난해 23.1%로 하락했다. 국내 LCD 산업은 중국의 대규모 보조금 지원으로 경쟁력을 잃었고, OLED 시장에서도 중국의 급격한 추격을 받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 대표 LCD·OLED 생산업체인 BOE에 보조금 4억2000만달러를 지급했고, 토지·건물 무상 제공과 지방정부 출자 같은 지원도 제공한다.

한경협은 “주요국에서 보조금 정책이 활용되고 있는데, 이는 선점효과와 승자독식 양상을 보이는 첨단산업에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 확보에는 보조금 정책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기업 대상 세액 공제 등 간접 지원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시행 중인 직접 환급(Direct Pay) 제도를 도입하는 등 첨단산업의 국내 생산 기반과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정부의 재정건전성 유지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첨단산업에 대한 보조금 등 정부 지원은 소비지출로 인한 부채 증가와 달리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이며 이는 국민경제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