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1년…확대되는 이스라엘 전선에 '5차 중동전쟁' 위기

2024-10-06 14:24

6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촉발된 가자전쟁이 7일(이하 현지시간)로 1년이 된다.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 사망자가 4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스라엘은 하마스뿐만 아니라 이란을 주축으로 한 중동 지역 반미국·반이스라엘 무장세력인 ‘저항의 축’ 전체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5차 중동 전쟁’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는 가운데 전 세계 곳곳에서는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가자전쟁은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해 약 1200명을 죽이고 250명 이상을 인질로 잡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곧바로 가자지구에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5일 기준 팔레스타인 주민 중 전쟁 사망자가 4만1825명, 부상자가 9만6910명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자 인구 6% 이상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했고 1만명이 실종됐으며, 의료시설은 절반만 가동 중이라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서 발발한 전쟁은 요르단강 서안 지역을 지나 레바논까지 번졌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가자전쟁 시작과 함께 로켓으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에 헤즈볼라와 공방을 주고받던 이스라엘은 지난 7월 표적 공습으로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하는 등 지도부 참수 작전에 나섰다. 특히 지난달 17~18일에는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를 이용한 대규모 원격 폭발 공격도 감행했다.
 
이후 고강도 공습을 이어가던 이스라엘은 지난달 27일에는 헤즈볼라 1인자인 하산 나스랄라를 폭격으로 제거했다. 헤즈볼라 지휘부가 와해됐다는 판단 아래 같은 달 30일 레바논 남부에 보병·전차 병력을 투입해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지상군 작전을 시작했다. 지난 4일 레바논 정부는 가자전쟁 발발 후 자국에서 이스라엘과 충돌로 2000명 넘게 사망하고, 인구 5분의 1인 100만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직접 충돌도 발생했다. 이란은 헤즈볼라의 나스랄라와 하마스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이란혁명수비대(IRGC) 작전부사령관 압바스 닐로푸샨의 죽음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200여 발을 쐈다. 이란은 지난 4월에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대사관 건물이 폭격당하자 같은 달 미사일과 드론을 투입해 이스라엘 본토 보복에 나선 바 있다.
 
이에 지난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석유 시설에 대한 공습을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 유가가 5%나 급등하기도 했다. 또한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가자전쟁 발발 이후 홍해 지역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서방 국가들 상선들을 공격하면서 글로벌 무역 및 공급망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중동 위기가 전면전으로 확대되면서 5차 중동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도 대외무역연구소(IIFT)의 자얀타 쿠마르 실 교수는 "중동 위기는 복잡해지고 있고 더 많은 나라들이 엮이고 있다"며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대선 이후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런 전망에 회의적"이라고 아랍 유력 매체 알자지라에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1년을 맞아 전 세계 곳곳에서는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이날 약 4만명의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런던 중심부를 행진했다. 또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지에서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시위에 나섰다. 런던에서는 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행진할 때 이스라엘 깃발을 흔들기도 했다.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등 이스라엘 주요 도시에서는 하마스에 끌려간 인질들을 석방하라고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
 
친팔레스타인과 친이스라엘 시위는 가자지구 전쟁 발발 1년이 되는 7일까지 계속되며, 일부는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는 4일 유대인이나 무슬림, 관련 시설 및 모임 등을 겨냥한 테러와 증오범죄 경보를 발령했다. 프랑스 당국도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