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돈'...전통 제약사들, 신약 개발 효율 위해 AI화 속도

2024-10-03 18:10
자체 생성 AI 플랫폼 구축...임상·제조·품질관리 등 범위 확대 전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전통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인공지능(AI)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AI가 신약 개발 시간을 단축하면서 결국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JW중외제약·한미약품 등 전통 제약사들이 후보무질 탐색 등 신약 개발 과정에 AI 신기술을 적용, 일부 기업은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업계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는 곳은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이다. 이들 기업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생성 AI 플랫폼을 구축해 후보 물질 발굴 등 신약 개발에 이용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독자적인 AI 신약 개발 포털 시스템 ‘대웅 AI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웅제약 연구원이면 누구나 접속해 신규 화합 물질을 발굴하고 ADMET(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 연구를 통해 약물성 예측까지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 

대웅제약은 자체 데이터베이스와 AI 신약 개발 시스템을 결합해 신약 개발 후보 물질 탐색 및 검증에 들던 막대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봤다. 우선 비만과 당뇨 치료제 영역에서 두 가지 표적 단백질에 동시 작용하는 활성 물질을 발굴하고 최적화하는 데 단 두 달의 시간이 걸렸다. 또 항암제 영역에서 암세포 억제 효능을 보이는 활성 물질을 발굴하고, 특허 취득이 가능한 선도 물질을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은 6개월이 걸렸다. 보통 신약개발에서 후보 물질 탐색·검증에 걸리는 시간은 1~2년이다. 

JW중외제약도 자체 구축한 AI 기반 신약 연구개발(R&D) 통합 플랫폼 ‘제이웨이브’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 본격 가동된 제이웨이브는 신약후보물질의 발굴과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 발견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 기간을 단축해주는 역할을 한다. 

제이웨이브는 자체 보유한 500여종의 세포주·오가노이드·각종 질환 동물 모델의 유전체 정보와 4만여개의 합성 화합물 등 방대한 생물·화학 정보 빅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 나아가 △적응증 탐색 및 최적화 △표적 단백질 구조 △약물 디자인 △약물의 활성 및 ADMET 예측을 위한 20여 개의 자체 개발 AI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제이웨이브는 JW중외제약이 기존에 운영하던 빅데이터 기반 약물 탐색 시스템인 ‘주얼리’와 ‘클로버’를 통합한 버전이다. AI 모델의 적용 범위를 대폭 확장해 신약후보물질의 발굴과 기존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 발견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고 연구 기간을 단축하는 효과를 낸다.

한미약품은 AI 플랫폼 기업을 보유한 아이젠사이언스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첨단 AI 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통해 임상 단계에서 효율성과 성공률을 높인다는 목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자체적으로 AI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AI 기업과의 협업을 늘리고 있다”며 “신약 개발뿐만 아니라 범위를 의약품 제조, 품질관리, 마케팅 등 AI를 활용하는 범위는 앞으로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