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지분 경쟁 심화에 금감원도 시장감시 강화
2024-09-29 18:42
"공개매수 불법행위땐 무관용"
비방·소송전으로 번져 과열 양상
투자자엔 손실 가능성 고려 당부
비방·소송전으로 번져 과열 양상
투자자엔 손실 가능성 고려 당부
금융감독원이 영풍과 고려아연 간 지분 경쟁 과정을 예의 주시하며 시장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사모펀드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연합해 진행 중인 고려아연 공개매수를 둘러싼 상황을 경쟁 과열 상태로 판단하고 불법행위 적발 시 엄정 조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금감원은 지난 27일 부원장회의에서 최근 여러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장회사 공개매수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29일 밝혔다. 현안 대상 기업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함께 특수목적법인 한국기업홀딩스를 통해 지난 13일부터 진행 중인 고려아연·영풍정밀 대상 공개매수 사안을 지칭한 것이다.
금감원은 "공개매수 등 인수합병(M&A) 과정에 발생하는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할 것이지만 현재 진행 중인 상장회사 공개매수는 공개매수 관련자 간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면서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자본시장 신뢰를 저해할 수 있는 만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또 "이러한 시장 우려를 감안해 공개매수자, 대상회사, 사무취급자, 기타 관련자들은 공정 경쟁 원칙을 준수하는 한편 향후 공개매수 과정에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각별히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개매수와 관련해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으로 투자자의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 등 불공정거래 발생 여부에 대해 면밀히 시장 감시를 실시하고 필요시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적발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엄정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했다.
지난주 각 사 기자간담회에서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독단적 경영으로 부실해진 고려아연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MBK와 손잡았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경영진이 영풍 석포제련소 관련 환경오염·중대재해를 일으키는 등 '경영 실패'를 저지른 가운데 이들과 손잡은 MBK에 경영권이 넘어가면 고려아연 핵심 기술이 해외 에유출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검찰에 업무상 배임 혐의로 최 회장과 장 고문 등을 맞고소한 상태다.
금감원은 기관의 시장감시 강화 방침과 별개로 투자자에게 "현재 단기적으로 관련 종목 주가가 급등한 상태이나 이후 주가 하락으로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공시자료 등을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MBK·영풍은 공개매수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공개매수가를 올릴 수 있는 마지막 날인 지난 26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주당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주당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투자자들의 매수세로 주가가 치솟자 당초 공개매수가를 올리지 않겠다고 한 김광일 MBK 부회장 말을 뒤집고 지분 매집 의지를 드러냈다.
고려아연 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50만원대였던 고려아연 주가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공개매수 공고를 낸 지난 13일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70만원을 웃돌고 있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도 공개매수 전에 1만원이 채 안 됐던 주가가 급등해 이번에 상향 조정된 공개매수가를 넘어섰다.